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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첫걸음 뗀 자율고 성공할 수 있을까

'고교선택권 확대' vs '고교 서열화' 논란
신청률 저조…올해 30개 지정 차질 불가피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중 가장 먼저 서울시교육청이 13개 고교를 14일 자율형사립고로 지정함에 따라 정부의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한층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교 선택권 확대냐, 서열화냐는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율고 신청학교 수가 예상보다 적어 정부의 '자율고 100개' 목표가 시작부터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고교선택권 확대 '큰 획' = 서울은 전국에서 고교 선택권 확대라는 자율고의 설립 취지가 가장 잘 구현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율고 전환 신청을 한 학교가 아예 없거나 1~2곳만 신청한 다른 시도와는 달리 서울은 25개교가 자율고로 탈바꿈하겠다고 신청하고 13개교가 지정됨으로써 중3 수험생들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2010학년도 고입 전기(前期) 전형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학교 수가 그만큼 추가됐기 때문이다.

서울 13개 자율고의 모집인원은 총 4천935명.

외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등 기존 전기 학교의 정원을 합치면 인문계고 전체 입학정원의 10%에 육박한다.

자율고는 일부 교과목을 확대 편성하거나 교과교실제, 무학년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 특목고 희망자 등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은 올해부터 가고 싶은 학교를 지원해 추첨으로 선발하는 고교선택제가 함께 시행될 예정이어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는 우수한 학생이 자율고,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빠져나가면 일반 고교들로서는 자구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여기에 정부 지원이 맞물리면 전체적으로 공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율고 도입으로 학교가 학생들로부터 선택받으려 경쟁하는 구조가 확립되면 학생, 학부모의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입시편중ㆍ고교서열 우려도 = 자율고가 대학입시를 위한 또 하나의 명문고로 변질되거나 고교서열화, 사교육 등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자율고는 연간 수업시수의 20% 범위에서 교육과정을 증감 운영할 수 있는 등 자율성이 확대되는데 자연스레 국ㆍ영ㆍ수 등 입시 위주 수업이 강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입시 위주의 현실에서 자율화는 오히려 국ㆍ영ㆍ수 위주의 획일적 교육을 키우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자율고로 지정된 서울의 한 사립학교 교장은 "공부뿐 아니라 악기나 스포츠 종목을 숙달하게 하는 등 전인교육을 하고 싶지만 이런 부분이 부각되면 되레 학부모들이 꺼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율고가 특목고화해 상위권 학생을 입도선매할 경우 전기인 '특목고-자율고-자사고'와 후기인 '나머지 일반고'로 이분화돼 결국 고교 양극화, 서열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학교 2학년생 딸을 둔 한 학부모는 "특목고나 자율고, 일반 명문고도 가지 못한다면 일반고로 가야 하는데 3년간 자격지심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겠느냐"고 우려했다.

자율고의 학생선발 방식을 추첨제로 제한한 것 역시 딜레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입시 과열과 사교육을 막는다는 이유로 지필고사 등을 금지하고 서류전형 후 추첨하는 방식으로 학생을 뽑도록 했는데, 학교 입장에서는 '선발의 자율권이 없는 학교가 무슨 자율고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운이 좋아야 들어가는 '로또식' 학교로 전락하면 수월성 교육 강화라는 취지도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의 경우 13개 자율고 중 남고가 9개, 남녀공학 및 여고가 4개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 남고는 대량 미달 사태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100곳 지정 가능할까 = 교과부 목표는 자율고를 2011년까지 총 100곳 지정한다는 것으로, 올해 30곳을 우선 뽑고 내년 30곳, 2011년 40곳을 추가로 선정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자율고 전환 신청을 13일 마감한 결과 신청 학교수는 전국적으로 39곳에 불과했고, 서울도 25개 신청 학교 가운데 13곳을 지정하는데 그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목표인 30개를 채우려면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시도에서 17개 학교를 지정해야 하는데 39개 신청 학교 가운데 서울 25곳을 빼면 14곳밖에 남지 않는다.

결국 나머지 14곳을 모두 지정한다 해도 목표에는 미달하는 셈.

이처럼 신청 자체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상당수 학교가 준비가 덜 됐고 재정자립도도 미흡한데다 학생 선발권 제약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전환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교과부는 그러나 여건이 미비한 학교는 더 준비 기간을 준 뒤 추후 추가 지정을 하면 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첫 해여서 준비ㆍ홍보 부족 등으로 신청이 저조했을 수 있지만 3년차쯤 되면 신청학교가 늘어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전국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에 자율고를 하나씩만 세워도 100개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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