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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거세지는 ‘사립학교 공익 논쟁’

설립 인·허가권 쥔 감독원 “장학금 더 내라”
사학 “현실적으로 불가능…법적 투쟁 불사”

지난 7월 영국의 사립학교 설립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자선단체감독원(Charity Commission)의 원장 수지 레더(Suzi Leather)가 “적절한 공익을 베풀지 않는 사립학교는 자선단체의 지위를 박탈하겠다”라는 공표를 했다. 이와 함께 발화된 ’사립학교 공익 논쟁’이 최근까지 그 파장의 높이와 넓이가 더해가고, 사학단체에서는 ’법정 투쟁 불사‘라는 카드까지 꺼내들고 있다. 자선단체감독원의 의도는 간단히 말하면 “장학금을 좀 더 지급하라”는 것이지만, 대응 능력이 없는 일부 영세 사립학교들은 ‘존폐의 문제’로 체감하고 있다. 여기에 ‘여유있는 사립학교’들이 공조체제를 구성, 대 정부 반격자세를 취하고 있는 형국이다.

영국의 사립학교들은 전국 학교 수의 7%에 지나지 않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연간 4000만원 정도의 수업료로 운영하고 있다. 옥스퍼드나 켐브리지 대학 신입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명문 진학 학교들이다. 그리고 이 사학 시장의 규모는 연간 15조원, 자선단체로서 면제되는 영업세는 약 2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사학단체들은 “우리는 정부의 지원없이 50여만 명의 아이들을 교육하고 연간 800억원이라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대학 입시 평가 시험, A level 시험의 상위 A, B, 2등급, 절반의 학생을 우리가 만들어 인재를 양성해 내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자선단체라는 이름으로 연간 2조원의 면세혜택을 보고 있으면서, 내어 놓는 것이라곤 쥐꼬리만큼 내어 놓고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제외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감정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 ‘사회적 공익’을 보는 시각의 차이가 이해 집단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셈이다.

이러한 논쟁의 불씨는 400 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사학들의 인허가를 규제하고 있는 ‘자선단체법’은 1640년에 만들어진다. 왕권신수설이 지배하던 당시의 ‘공익’이란 개념과 국민 선거로 국가 수장을 뽑는 현대 사회에서의 ‘공익’이라는 것은 당연히 다르다. 초기의 자선 단체법은 ‘빈곤과 장애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을 도우는 것을 기본적인 목적으로 했지만, 근대에 들어와서 환경 단체, 동물 보호단체 등과 같이 ’사람‘ 이 외의 영역으로 ’자선‘의 대상이 확대되었다.

이 자선단체법이 2006년 개정됐고(Charities Act 2006) 2008년부터 발효되었다. 하지만 이 2006년 개정에서도 여전히 ‘공익’의 정의(definition)를 분명히 하지 못한 채 “공익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자선단체 지위를 박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공익이라는 것의 정의만 상술해 문서화하면 될 것처럼 보이지만 사학이나, 정부, 법무부, 법원 그 누구도 이 ‘정의의 명문화’를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만약 건드리기 시작하면 400년 동안 광범위하게 확대되어버린 ‘자선’의 영역을 한정지어야하고, 각 영역별로 당위성을 확보하기가 지극히 어렵고, 또한 무엇을 ‘공익’으로 정의해야 될지, 그것을 상술하여 문서화해야 되는 법무부의 입장이 난감하기 때문이다. 또 성문법이 아닌 불문법을 바탕으로 ‘과거 판례’에 의존하고 있는 법원 쪽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만약 ‘공익의 기준’이 자세한 서술로 문서화 되어버리면 정부와 개인 사이의 분쟁이 분출될 것이고 법원의 중재를 요청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학의 입장에서도, 정의가 ‘자세한 서술로 문서화’되어 버리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기에, 변화보다는 현재의 상황이 더 좋은 셈이다.

타협을 미덕으로 여기는 영국사회는 ‘칼날’같은 규제를 만들기를 꺼려한다. 자선단체감사원에서 처음에는 ‘수입의 15% 정도를 내 놔라’하는 강수를 두었고, 사학에서는 ‘비현실적인 (unrealistic) 주문’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렇다고 자선단체 감사원은 ‘자격박탈’을 집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월 초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선단체 감사원장 수지씨는 “(만족스런 공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자선단체에는 ‘자선단체의 지위’를 박탈하기 보다는) 운영위원회 구성원의 일부 교체를 제안하는 것도 현재 고려하고 있다”라고 타협안의 운을 떼고 있다. 이제 공은 사학 쪽에 넘겨진 셈이다. 그렇다고 사립학교들이 순순히 응할 것 같지는 않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사학재단의 고유한 권한인데, 순순히 내어 놓을리 만무하다. 사학 단체에서 ‘법적 투쟁’을 고수 할지, 아니면 어떤 절충안을 내어 놓을지, 현재 ‘흥미로운’ 진행형의 분쟁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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