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생들을 바이링구얼(Bilingual. 이중 언어 구사자)로 교육시키겠다."
취임 이래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3일 고등학교 교육개혁 방침을 언급하는 가운데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비상 대책을 정부에 주문해 관심을 모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고교 교사 및 학생들을 상대로 행한 연설을 통해 "학생들이 최소한 두 개의 언어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하면서 프랑스 학생들의 저조한 토플(TOEFL) 성적을 언급했다.
세계 109개국 중 69위에 그치고 있는 프랑스 학생들의 토플 점수를 끌어 올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사르코지는 이런 토플 점수를 직접 거론한 뒤 "고교 학년말 시험에서 현대 언어 과목은 필기 시험으로, 라틴어 과목은 구술 시험으로 치러지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밝혔다.
문법 교육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외국어 교육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원어민 교사의 부족도 프랑스의 외국어 교육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프랑스 학생들은 학교에서 외국어 습득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으나 이런 교육방식 때문에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앞으로 일선 학교에 더 많은 원어민 교사가 채용되도록 하고, 외국과의 교류도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르코지 정부가 영어교육 강화 방침을 언급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하반기에도 자비에 다르코스 당시 교육부장관이 "유창한 영어실력은 성공의 열쇠"라고 주장하면서 영어 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프랑스가 영어와의 전쟁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은 외국어 교육 강화 필요성과 함께 직업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만성적인 프랑스의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효율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프랑스의 25세이하 청년층 실업률은 평균 실업률 9.5%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한편, 뤽 샤텔 교육부장관은 교육개혁의 세부방침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일선 학교를 순회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사르코지 정부 출범 후 진행되고 있는 교직원 감축 정책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교육개혁에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2008년과 2009년에 전국의 학교에서는 이미 2만5천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으며 내년에도 추가로 1만6천개의 일자리 감축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