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한 고등학교의 교사 A(27)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분리시험실' 감독을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분리시험실은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의심 증상을 보이는 수험생을 따로 모아 시험을 치르는 곳이다.
A교사는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분리시험실 감독관으로 배치했다"며 "미리 의견을 물어봤어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아예 묻지조차 않은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8일 서울시 교육청과 고교 교사들에 따르면 일부 학교들이 수능 분리시험실 감독관을 일방적으로 선정해 해당교사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시 교육청은 지난달 분리시험실 감독관을 학교별로 7명씩 선발하라는 공문을 각 고교에 내려 보냈다.
이 공문에는 `신체 건강한 젊은 교사가 자원'하게 되어 있지만, 일부 학교는 해당 교사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나이가 어린 순서대로 명단을 작성해 교육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나이가 어린 순으로 하다 보니 고위험군에 속한 어린 아이를 자녀로 둔 30대 후반의 교사들이 선정되는 일도 벌어졌다.
B(38.여) 교사는 "학교 측이 어린 아이가 있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분리시험실 감독관으로 선정해 통보했다"며 "학교 측에 `아이가 있다'고 어렵다고 하자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줬지만 마음은 찜찜하다"라고 털어놓았다.
현직 교사들이 교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카페의 익명 게시판에도 분리시험실 감독관 선정과 관련해 불만을 표출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교사는 "2년차 아래여서 분리시험실 감독관으로 들어가게 됐다"며 "그러나 5일에야 백신접종을 해줘 항체가 생기기 전에 감독을 하게 됐다. 가고 싶어 가는 것도 아닌데 백신접종이라도 제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다른 2년차 교사도 "분리시험실에 들어가는 것을 사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말이라도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부장 교사에 항의했더니 `건강하시잖아요'라고 웃으면서 4만원이나 더 받지 않느냐고 하더라. 결재가 난 것이라 교체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 관계자는 "감독관 선정이 강압적으로 될 성질의 것은 아니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어서 젊은 교사의 자원을 요청했다"며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 사이에 공감대 형성이 안 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