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교직매매, 공사 관련 금품수수 등 서울시교육청이 잇단 비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연일 강도 높은 비리근절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장반응은 신통치 않다. 일선에서는 교육청이 단발성 대책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비리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구조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리 교원 한 번에 아웃’=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 ‘반부패 청렴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비리신고포상금을 최고 1억 원으로 확대했다. 또 부패행위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각 직위해제하고 해임이상의 징계를 요구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상급자도 연대책임을 지우고 수사기관에 고발도 병행된다. 특히 금품수수, 횡령, 성폭행, 성적조작 등 4대 비위자는 승진, 중임에서 영구 배제된다.
이에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달 24일 장학사, 장학관은 1년, 교육장과 본청 과장급은 1년 6개월을 근무하면 전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교원·전문직 인사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교육청 대책 실효성 의문=시교육청이 계속해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는 보다 강도 높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교육청 한 장학사는 “현재 1~2년을 주기로 전보하고 있는데 이것을 일률적으로 1년으로 줄이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일을 배워서 익숙해지면 옮기게 돼 조직의 안정성만 해치는 결과가 초래될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
또 강서구의 한 교장은 “지금 교육청의 인사문제는 특정지역, 특정대학 출신이냐, 아니냐에 따라 자리가 정해지고 제식구라고 생각되면 자기자리를 넘겨주거나 이른바 ‘요직’에 꼽는 일이 벌어지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 한다”며 “문제의 해법도 보다 근본적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의 한 중학 교장은 “소위 ‘노른자위’를 맡았던 인사들의 주요정보와 정보공시법상 출신학교를 명시하고 한 쪽으로 너무 쏠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교총도 “신고위주의 제도만으로는 고질적인 병폐가 개선되기 어렵다”며 “다양해지는 비리에 보다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여 오는 검찰수사=한편 장학사간 술자리 폭행사건 조사과정에서 불거진 ‘장학사 시험비리’가 상급자로까지 확대돼, ‘윗선’에 대한 조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장학사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게 해주겠다며 수 천만원을 받은 임모 장학사가 관리하던 차명계좌를 찾아내고 당시 상급자였던 장모 고교 교장을 이 계좌의 실소유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장은 1월 말 현재 연가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에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또 검찰은 전문직 시험 비리와 별도로 재산신고에서 14억 원을 누락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김 모 전 국장(현 강남 K고교 교장)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 한 관계자는 “검찰에서 김 교장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교육청이 징계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