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교과부는 학교 자율화 추진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 학교 자율화의 큰 골격을 발표했고, 2009년에는 학교단위 책임경영을 위한 학교자율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으며, 2010년인 올해에는 각 시·도 교육청별 학교 자율화 추진 실적을 공개했다. 교과부는 학교 자율화를 위해 매우 체계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의 추진 방식뿐만 아니라 내용도 눈여겨 볼 만한다. 학교교육의 기본 설계도인 교육과정의 자율화를 비롯해, 이를 운영할 학교장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교사 초빙권과 전출입에 관한 권한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학교장의 책무성을 묻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장 중임심사 강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학교 자율화를 위한 정책 방안을 매우 포괄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 교육이 선진화돼 한편으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의미있는 내용을 즐겁게 공부하고, 다른 한편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 자율화가 현재보다 확대 시행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학교 선진화의 핵심 사업 중의 하나로 학교 자율화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 추진에 있어서 재고가 필요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정책 추진에 있어서 교육청과 학교를 강제적으로 몰아가는 것 같은 모양새가 두드러진다. 학교 자율화를 정부가 강제한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교과부는 시·도교육청의 평가를 통해서 정부의 정책 추진 실적을 ‘강요’해 왔다.
현 정부에서는 매년 평가하는 것도 부족하다고 판단해서인지 이른바 상시평가하는 명목 하에 수시로 교육청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학교 자율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분기별로 추진실적을 확인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분기별로 추진 실적을 점검하는 상황에서 교육청과 학교가 과연 자율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 자율화 정책의 경우 아이러니는 극대화된다.
학교 자율화의 주요 정책 내용인 교육과정의 자율화나 교장과 교사 인사 관련 내용들은 시행하는데 기본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정책들이다. 정부가 분기별로 추진 실적을 평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영역이다. 정부에 의해 강제된 학교 자율화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화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강제가 사라질 경우 자율화가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학교 자율화을 위한 큰 틀을 완성했다. 잘한 일이다. 정부가 마련한 학교 자율화라는 제도 속에서 단위학교의 자율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학교 자율화 정책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재고가 필요해 보이는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 지역 단위의 교원 채용 정책은 신중하게 시행돼야 한다. 이런 정책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학교, 지역 단위로 일부 교원을 채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낯선 제도일 뿐만 아니라 교직의 계층을 발생시킬 것이고, 이는 후에 우리 교육계에 커다란 짐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학교, 지역 단위의 교원 채용은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해 정책의 효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과정의 자율 운영, 즉 수업 시수의 단위 학교 자율 증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간강사나 기간제 교사 확보 예산 편성을 점검하는 방식의 평가는 재고돼야 한다. 이러한 방침은 학교별로 증감된 수업시수는 시간 강사나 기간제가 전담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무교육 단계인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경우 가급적 모든 수업은 정규 교사가 맡도록 추진돼야 한다. 교사별로 충분한 수업 시수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유로 강사를 사용하기보다는 정규 교사를 순회교사나 2개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학교 자율화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과 전략은 대체로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지나치게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성급함을 경계하고, 의무교육기간의 정규 수업을 강사나 기간제 교사에게 맡겨도 된다는 비교육적 발상에 근거한 정책은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다. 우리가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투자하면서 인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