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니스벳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 석좌교수는 화제작 '생각의 지도'에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에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그 차이가 유전이 아니라 문화에서 비롯했다고 풀이했다.
그는 신작 '인텔리전스'(김영사 펴냄)에서도 여전히 환경과 문화가 사람을 바꾼다는 관점을 지킨다. 연구 주제가 '지능'이므로 이번 책의 주제는 당연히 "지능은 유전되는 게 아니라 교육된다"는 것이다.
니스벳 교수는 인종이나 계층에 따라 지능지수(IQ)가 눈에 띄게 다르다는 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끌어다 쓴다. 부잣집 아이들이 가난한 집 아이들보다 IQ가 높고, 오랜 세월 미국의 흑인들은 백인들보다 평균 IQ가 낮았으며 이민이나 유학 온 동양인과 유대인들의 학업 성취도는 뛰어났다.
그는 이런 '통계적 사실'을 외면하지 않되, 그런 차이는 유전적 요소가 아니라 성장 배경과 교육 환경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적극적으로 증명한다.
먼저, IQ 테스트는 근본적으로 교육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도록 설계된 검사법이다.
가령, 요즘 아이들은 100년 전 아이들보다 IQ가 30점 정도 높아졌는데, 그 이유는 요즘 학교에서 IQ 점수를 높일 만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예전 초등학교에서는 단순한 산술과 사칙 연산 정도만 가르쳤으나 요즘에는 기하학적 도형과 패턴까지 공부하므로 누진 행렬 항목을 푸는 데 유리하고, 컴퓨터를 일찌감치 다루므로 유동지능과 실행조절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교육 정도에 차이가 벌어지는 인종별, 소득 계층별로 IQ에 차이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흑인들의 소득과 생활환경은 30년 전보다 나아졌는데, 실제로 흑인과 백인의 평균 IQ 차이도 15점에서 9.5점으로 줄어들었다. 또, 피부색과 관계없이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흑인 아동과 혼혈 아동 사이에 IQ의 격차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연구 조사 결과도 있다.
저자는 동양인 출신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백인 급우들보다 높은 성적을 내는 이유도 동기와 노력으로 설명한다. 동양인 청소년들은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대단하고 가족과 집단의 유대감을 중시하는 정서 때문에 노력과 끈기를 더 발휘한다.
"인간이 이렇게 사는 이유는 뇌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라거나 "유전자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진화심리학과 뇌과학이 주목받는 요즘,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저자의 관점은 오히려 신선하다.
유전자가 결정짓는다는 주장보다 훨씬 낙천적이고 희망적이기도 하다. 환경이 문제라면 노력해서 바꾸면 되기 때문. 부모가 유아기에 얼마나 많은 낱말을 들려주느냐, 학교가 빈민층 청소년을 어떻게 이끄느냐, 정부가 공교육을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원제 Intelligence and How to Get it. 설선혜 옮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감수. 372쪽.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