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울산의 한 고교에 입학한 김모(15)양은 등교 첫 날인 지난 2일 학교에서 교과서와 참고서 등이 든 책가방을 통째로 잃어 버렸다.
누군가가 새 가방을 몰래 가져간 것이다.
학부모는 화가 나 학교에 항의했지만 범인을 찾을 방법이 없고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답변만 듣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12일 울산지역 일선 학교에 따르면 학교마다 도난사건이 하루에도 수건씩 발생하고 있다.
남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 5일 새 신발을 신고 간 신입생이 신발장에 넣어 두었던 신발이 없어져 실내화를 신은 채 귀가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이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에 갈 때는 아예 헌 신발을 신겨 보내고 있다.
지역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신발은 물론 MP3,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우산, 체육복, 교복 치마, 교과서, 참고서 등 모든 물건이 없어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자주 없어지는 단체 체육복을 자유 운동복으로 바꿔 입어도 되도록 학교 규정을 변경하는 곳마저 생겼다.
남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에서 단체 체육복을 지정해 사용하다가 체육복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자 올해부터 자유 운동복으로도 체육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다른 대다수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개인 물건을 스스로 잘 지키라고 지도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선 학교 관계자는 "범인을 잡으려고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하거나, 조사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학생 스스로 물건을 잘 지키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지역 학부모들은 "하도 자주 물건이 없어져 학교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인지 좀도둑을 키우는 곳인지 모르겠다"며 "도덕성 함양과 인성교육이 크게 부족하고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