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 문항을 EBS 수능강의 교재에서 70% 또는 그 이상 연계해 출제하겠다고 밝힌 뒤 연계 방법과 연계율 의미를 놓고 혼란이 일자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다.
안 장관은 25일 "70%는 직접연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EBS 교재에 나온 문제를 그대로 내는 것도 아니지만, 과거처럼 멀리 돌아가지 않게 해 수험생이 직접 연계됐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자료를 쓰더라도 과거에는 '심하게 꼬거나 비틀어' 적중률이 높다는 느낌이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더 직접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언어 30~40%, 수리 40~60%, 외국어(영어) 20~30%였던 직접 연계율이 70%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 어떻게 연계하나 = 교과부는 ▲EBS 교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과 개념, 원리 활용 ▲교재의 지문, 그림, 자료, 표 등 활용 ▲핵심 제재나 논지 활용 및 문항의 변형(축소, 확대, 결합, 수정) 등을 제시했다.
예컨대 교재에서 화산의 종류를 설명한 것을 토대로 수능시험에 여러 가지 화산의 특성을 비교하는 문항을 낼 수 있고, 선거의 기본 원칙을 소개했다면 사례를 제시하고 해당하는 선거 원칙을 찾는 문항도 있을 수 있다.
EBS 교재와 같은 지문이나 자료를 써 새로운 문항을 구성하는 방식도 있다.
경기변동 자료에서 물가와의 관계를 묻는 문항이 EBS 교재에 나왔다면 이 자료를 보여주고 실업률과의 관계를 묻는 문항으로 살짝 비틀어 내는 식이다.
글의 제재나 논지가 유사한 지문을 활용해 해외 기업을 인수 또는 합병하면 이로운 점을 찾는 문항을 기업 결합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묻는 문항으로 바꿀 수 있다.
외국어(영어)도 같은 지문을 쓰면서 EBS에 주제를 묻는 문항이 나왔다면 그 이외의 것을 질문할 수도 있고, 같은 주제를 다른 지문을 통해 물어볼 수도 있다.
안 장관은 "내용이나 원리를 완전히 변형하거나 추론해서 풀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간접 연계지만 원리 자체를 활용해 출제하고 통계, 표, 그래프를 그대로 활용하며, EBS의 지문 등을 축소하거나 확대, 변형해 다른 문제를 내더라도 EBS 교재를 이해하면 곧바로 연관 지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성열 평가원장도 "과거엔 같은 삽화나 도표를 응용하더라도 연계성이 적었으나 앞으로는 친숙하다거나 다뤘던 문제라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나머지 30%는…사교육 영향은 = 안 장관은 "70%를 EBS와 연계하면 나머지 30%는 사교육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100%를 학교 교육과정에서 출제하되 효과적으로 시험에 대비하라는 뜻에서 70%는 EBS를 활용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BS 수능강의는 사교육 대체 수단이지 공교육까지 대신하는 것은 아닌 만큼 학교 교육을 충실히 하면서 EBS를 통해 보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 현장에서는 "EBS에서 70%가 출제된다면 나머지 30%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전략이 벌써 나오고 있다.
EBS 활용도가 높아지기는 하지만 변별력을 높이고 난이도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어차피 입시학원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
또 EBS 교재를 이용한 속성반, 단기반 등도 성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시험 연계 대상인 115권의 EBS 교재 가운데 수험생마다 평균 30권 안팎을 봐야 해 교재 구입비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