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학교를 명문고로 키우겠다며 동분서주하던 학교장이 지병에 과로까지 겹쳐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신호근 교장이 불암고(노원구 소재)로 발령받은 것은 약 2년반 전인 2007년 9월.
2005년 1월 개교한 불암고는 역사가 짧은데다 서라벌고, 대진고 등 주변에 사립고가 많아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그저 '변변찮은 공립고' 정도로 인식될 때였다.
신 교장이 부임하자마자 꺼내 든 것은 '명문 공립고로의 비상'이라는 발전계획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었다.
상벌 사항, 이번 주 할 일 등을 교사와 학생에게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학교 외벽에 10×2m의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는가 하면, 도서관에 출입전자장치를 달아 주말 자습시간에 지각하는 학생의 출입을 제한했다.
성적이 나쁜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기 위한 '학력인증제'를 도입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인증시험 성적이 나쁜 학생은 방과후에 보충수업을 받도록 했고 이들을 위해 별도의 지원부까지 발족시켰다.
이영수 교무부장은 "교사와 지원인력 등 7명으로 구성된 지원부는 다른 학교에는 전혀 없던 획기적인 부서였다"며 "사심이 없고 열정적이어서 교사들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변변찮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학교는 작년 졸업생의 50%, 올해는 40% 이상을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시켰다. 서울 북부지역 공립고 중에서는 최고 성적일 뿐 아니라 주변 사립고와 비교할 때도 손색이 없는 성과라고 학교 측은 전했다.
교사들이 특히 신 교장에게 탄복한 것은 본인 스스로 공휴일을 포함해 365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나와 업무를 봤다는 점이다.
이 부장은 "교장실에 소파 대신 침대가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신 교장은 일요일인 이달 7일 오전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하면서도 지난 2일 입학식을 힘겹게 치러내는 등 무리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 같다고 학교 측은 추정했다.
이 부장은 "7년 전 간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아 완치됐는데 지난 2~3년간 학교 일 때문에 과로하면서 지병이 악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에 실려가 10여일 내내 혼수상태였던 신 교장은 지난 14일 결국 55세를 일기로 별세했고, 학교는 16일 전교생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을 거행했다.
학생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학교를 주변 사립고에 뒤지지 않는 명문 공립고, 품격있는 학교를 만들려고 노력해온 교장 선생님의 노력과 열정을 알고 있다. 짧은 역사지만 불암고의 교복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울먹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신 교장의 사망을 공무상 재해로 인한 순직으로 보고 조만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