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학교가 학부모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학생들의 지문을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 부모들이 들썩이고 있다.
29일 데일리메일,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 북부 브렌트에 위치한 캐피털시티 아카데미는 구내 식당 등에 지문인식 터치스크린을 설치하고 학생들의 지문을 등록하면서 학부모들로부터 동의를 얻지 않았다.
학교 측은 점심 시간에 계산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교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간단히 터치스크린에 지문만 갖다대면 되도록 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의 학부모는 "내 아들은 지문 등록을 원하지 않았지만 교사에 의해 끌려갔다"며 "너무나 화가 났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이 학부모들에게 상의한 적이 없고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분노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이 학교는 당시 교장 명의로 학부모들에게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는 내용의 편지를 발송했다.
이 학교의 알렉스 토머스 신임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생체인식 시스템 도입에 대해 알리는 과정을 거쳤지만 처음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는 학부모들의 동의를 적극적으로 구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후 학교에서 부모의 동의 없이 등록한 학생들의 지문 기록을 모두 삭제했고 동의를 얻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지문 등록 절차를 거쳤으며 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학생들은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하도록 했다.
이러한 사실은 29일 맨체스터에서 열린 영국 교사·강사협회(ATL) 연례 총회에서 공개됐다. 협회는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에멀라인 테일러 박사가 샐퍼드대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내 학교 7군데 가운데 한곳 꼴인 3500개 학교들에서 지문인식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2007년 영국 자유민주당이 생체인식 시스템을 도입한 285개 학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사전에 학부모에게 동의를 구한 곳은 48개교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아동교육가족부 대변인은 "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는 각 학교들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며 "그러나 이처럼 잠재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교장들이 학부모들과 논의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