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사용될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는 독도(일본명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것 외에도 일왕에 대한 부분이나 2차대전 기술 부분 등에서 이른바 '자학사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날 검정을 통과한 새 교과서를 살펴본 일본 언론들은 '천황(일왕)은 신(神)의 자손'이라는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기술한 교과서가 등장했는가 하면 전체적으로 전쟁 '피해' 기술이 대폭 늘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소개한 일본 초등학교 새 교과서의 특징적 내용이다.
■'천황은 신의 자손' 표현 등장 = 이번 교과서는 2008년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처음으로 전면 개정된 것이다. 애국심 교육 강화를 목표로 내건 2006년 개정 교육기본법과 2008년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의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첫 교과서인 셈이다.
2008년 학습지도요령에는 '신화 등을 조사해서 국가의 형성에 관한 생각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항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6학년 사회 교과서는 5종 모두 일왕과 관련된 '야마토타케루노미코토'(日本武尊)라는 신화 상의 인물을 등장시켰다.
대부분의 교과서는 '이것은 신화라고 얘기되고 있고 모두 진실인 것은 아니다'라는 주석을 덧붙였지만 니혼분쿄(日本文敎)출판의 교과서 2종 중 1종은 신화라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채 '신의 자손이 천황이 되어 국가를 통일해간다는 얘기가 있다. 야마토타케루노미코토는 그중 일부다'라고 기술했다.
패전 후 일본이 '천황은 국민의 상징'이라는 노선을 따르면서 금기시해온 '신의 자손설(說)'을 부활시킨 것이다.
70대 한 일본인은 "1940년대 교과서와 똑같아졌다"고 놀라워했다. 일본인들조차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얘기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의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는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검정의견도 내지 않았고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신화라고 쓰지 않으면 안 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출전(出典)을 명기했으니 어떻게 다룰지는 현장의 선생님에게 맡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왕의 치세가 영원히 이어지길 비는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는 2008년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음악 교과서 5종 전체에 실렸다. 특히 교이쿠(敎育)출판은 가사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새로 추가했다.
■전쟁 피해 강조 =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도 '침략'이라는 표현을 유지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자국이 입은 전쟁의 '피해'를 강조하는 내용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군의 공격에 쫓긴 오키나와 주민 중에는 집단 자살한 이들도 있었다'는 부분을 포함한 6학년 사회 교과서가 지금까지는 1종에 그쳤지만 이번에 3종으로 늘어난 반면, 일본군이 자살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한결같이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패전에 따른 일본군의 자살, 이른바 '옥쇄' 종용 부분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2006년 고교 일본사 교과서를 검정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발을 살 것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일본군의 관여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 "한정된 학습시간에 설명하기는 무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무라(光村)도서는 도쿄대공습이나 원폭 사실을 다루면서 '미군이'라는 주어를 새로 첨가했고 1944년 8월 미군의 어뢰 공격으로 격침돼 아동 등 1천여명이 희생됐다는 '쓰시마마루(大馬丸) 사건'을 새로 소개한 교과서도 있는 등 '미군의 가해'를 강조하는 교과서가 늘어난 것으로 지적됐다.
다만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은 '아이누족을 소수민족'이라고 인정한 2008년의 국회 결의에 따라 아이누족에 대한 기술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보수색이 뚜렷한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은 "각 과목에서 일본의 전통적 요소를 도입했고 신화가 늘어났다"고 반기면서도 "6학년생이 배우는 일본사(사회) 교과서에 '침략'이라는 표현이 남아있는 등 '자학사관'을 고치지 못했다"고 불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