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주요 과목의 교과서 분량이 50~60% 늘어난다고 일본 언론이 31일 보도했다.
2000년 검정 당시 주요 과목의 교과서 분량을 30% 가까이 줄였던 것을 이번에 대폭 늘리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새 교과서의 분량이 올해까지 사용될 교과서보다 평균 24.5% 늘어났다.
이의 배경에는 일본이 약 10년 전부터 실시한 '유토리(여유) 교육'이 결과적으로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반성이 깔렸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산수 = 'x'(엑스)나 'y'(와이) 등을 이용한 문자 식은 지금까지는 중학교에서 가르쳤지만 내년부터는 초등학교에서도 가르친다. '도형의 일치'나 '반비례'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6학년에서 가르치는 '정육면체나 직육면체의 체적을 구하는 공식'이 5학년 교과서에 포함되는 등 상당수 내용이 1, 2학년씩 밑으로 내려갔다.
또 한때 없어졌던 '마름모꼴과 사다리꼴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도 5학년 교과서에 부활했다.
2학년 산수에는 '두자릿수×한자릿수'의 곱셈 문제를 추가했고 '두자릿수×두자릿수' 곱셈 문제까지 추가한 교과서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연습문제가 대폭 늘어났다.
■이과 = 이과 이탈 현상을 막고자 사진 등으로 흥미를 끄는 내용을 대폭 포함했다.
유명 축구선수가 공차는 모습을 연속 촬영한 사진을 실어놓고 신체의 동작 원리를 가르친 교과서도 있다. 또 페이지를 펼치면 인체 장기 그림이 튀어나오도록 해서 인체구조를 입체적으로 가르치는 교과서도 등장했다.
국제경쟁력 향상을 의식해 대부분 교과서가 문제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학습을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왜냐하면', '만약 ~라면' 등 논리적인 답변이나 생각을 설명하는 코너를 다수 도입했다.
생활에 밀착한 소재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현을 강하게 치게 되는 이치를 '지레의 원리'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등 과학적·수학적 응용력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국어·사회 = 국어에선 기록, 보고, 해설 등의 언어활동을 중시한 내용이 늘었고 고문·한문이나 옛 이야기 등이 대폭 늘어났다.
'온고지신'(溫故知新) 등 고사성어도 다수 포함됐고 모든 교과서가 옛 신화 등을 다뤘다.
사회과목에선 '재판원 재판'(국민참여재판) 제도나 공해병인 미나마타병, 한센병 등 시사용어를 다수 포함했다.
또 새 교과서에는 신문이나 인터넷, TV 등을 활용한 교육 내용도 등장했다.
특히 5학년 사회 교과서 상당수가 지방 신문사나 방송국의 취재, 제작 과정을 소개했고 오보로 인한 피해를 다룬 교과서도 있었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배경 = 일본이 약 10년 전부터 실시한 '유토리(여유) 교육'이 결과적으로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일본은 당시 주입식 교육을 배제한다며 유토리 교육을 도입했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국제학생평가(PISA)에서 성적이 대폭 떨어지는 이른바 '피사의 쇼크'를 경험했다.
당시 문부과학성의 한 간부는 이를 두고 "'유토리'가 '유루미'(느슨함)가 돼버렸다"고 탄식했을 정도.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이번 검정에서 특히 산수(수학)와 이과(자연 혹은 과학) 과목 교과서에 온 정성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부가 교과서 수정을 요구한 검정의견도 산수와 이과에 전체의 66%가 집중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