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8일 발표한 일반계고 교육력 제고 방안은 굳이 특목고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일반계 고교에서도 그에 준하는 수준의 수월성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외고 문제 대책으로 지난해 11월 내놓은 고교체제 개편 방안의 후속조치다.
교과부는 당시 일반계고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칸막이가 심한 학년제, 학급제를 개선하기 위해 무학년제, 학점제를 도입하고 졸업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그 전 단계로 우선 기초과정과 심화과정을 신설하겠다고 이날 밝힌 것이다.
그러나 기초과정에 들어갈 학습결손 학생과 심화과정에 들어갈 우수 학생을 선별할 방법 등이 모호한 데다 모든 학교에서 이를 시행할 시설·인력여건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입시에 반영되면 심화과정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까지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기초·심화과정 운영 어떻게 = 수준별 수업과 별도로 새 교과목이 생긴다.
예컨대 수학의 경우 수학Ⅰ,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등의 보통교과가 있는데 여기에 '수학의 기본'(기초과정), '고급수학'(심화과정)을 추가하는 것.
기초과정은 말 그대로 기초가 부족해 수업을 정상적으로 따라잡지 못하는 학생이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시범 교육청을 통해 교재가 개발된다.
또 심화과정은 특목고의 전문교과나 대학과목선이수제(AP)와 비슷한 수준으로 과목이 구성돼 보통교과에서 높은 성과를 낸 학생들이 듣게 된다.
보통교과도 수준별 수업이나 교과교실제를 통해 학생 실력에 따라 수업한다.
기초·심화과정 희망 또는 대상 학생이 너무 적거나 강사 등을 확보하기 어려우면 교육청이 직접 과정을 만들거나 몇 학교를 묶어 거점학교를 운영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을 줄이고, 학생·학부모의 수월성 교육에 대한 갈증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우선 올해 어느 정도 여건이 갖춰진 교과교실제 학교, 자율형 공·사립고, 기숙형 고교 등 60곳을 뽑아 시범 실시하고 내년부터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기초과목은 뒤처지는 학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석차등급을 제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라, 또 심화과목은 우수 학생이 모여 있어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택을 꺼릴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이수' 여부만 기재한다.
두 과목을 듣는 학생도 반드시 보통교과를 들어야 하며 여기서는 석차등급이 그대로 매겨진다.
교과부는 2단계인 수학·영어 학점제 도입 방안은 내년 중 마련할 계획이다.
학점제는 이들 과목을 12~15단계로 정해 각 단계를 통과한 학생에 한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하고, 내신 성적도 다른 과목과 분리해 단계별 강좌에서 취득한 학점으로 대신하는 제도다.
■문제점은 없나 = 기초·심화과정에 들어갈 학생을 선별하는 방식과 이수 여부를 결정할 평가 방식 등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우열반'으로 인식될 수 있고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초과정에는 서로 들어가지 않으려, 심화과정에는 서로 들어가려 할 게 뻔한데 교과부는 학교별로 지정된 학업상담교사가 진단평가 점수나 각종 학습활동, 교과 성적 등을 토대로 결정하도록 한다고만 설명했다.
과목이 추가로 개설됨으로써 이를 담당할 교사나 기간제 교사, 강사, 또 이들을 모아 가르칠 교실 등을 확보하는 것도 현재 여건에서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올 하반기 60개교에서 시범 적용하고 내년부터 점차 확대한다 해도 모든 고교가 이를 도입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당장 대학입시에 반영하게 되면 형평성 시비가 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입에서 심화과정 이수 여부가 당락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게 되면 이 과정에 진입하기 위한 사교육이 또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