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구내식당에서 포도주 맛보기를 가르쳐야 할까?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가 '술 고민'에 빠졌다. 논란은 대학에서 와인 시음 강좌를 개설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촉발됐다.
24일 타임지 인터넷판에 따르면 프랑스의 유명 미식가로 꼽히는 장-로베르 피트 전 파리 4대학 총장과 장-피에르 카페 텔레비전 진행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학생들의 식습관 개선의 한 방안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와인 시음을 가르치자고 제안했다.
피트 전 총장은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좋은 와인을 적절히 음미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런 강좌는 즐거움과 건강을 선사할 뿐 아니라 민족의 유산을 가르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이 보고서를 의뢰한 프랑스 고등교육부는 탐탁지 않은 눈치다.
발레리 페크레스 고등교육부 장관은 대학의 점심 메뉴에 술을 포함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카페는 학생들의 식탁에 '음주대(飮酒臺)'를 놓자는 것이 아니라며 "성교육은 하면서 와인 문화는 가르칠 수 없느냐"고 반박했다. 올바른 음주 습관을 가르쳐 절주를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실제 보고서는 프랑스 학생들이 맥주나 독주를 지나치게 마셔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보건부도 지난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과도한 음주 탓에 입원한 15~24세 청소년 수가 50% 증가했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와인에 대한 취향을 기르고 올바른 음주 문화를 가르치면 알코올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논리다.
학생조합을 이끄는 레미 마르샬 역시 와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소량의 고품질 와인을 즐길 수 있고 "프랑스의 생활 속 예술도 고양될 것"이라면서 보고서 주장에 지지를 보냈다.
또 일부 전문가는 양보다는 질을 따지는 저알코올 와인에 대해 제대로 알면 폭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와인 소비를 부추기면서 알코올중독을 예방한다는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와인 교육으로 폭음을 막는다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라는 등의 지적이 학생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30년간 1인당 와인 소비량이 50% 이상 급감한 반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맥주와 청량음료 소비, 폭음 습관이 증가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