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처음으로 주 정부 장관에 지명된 터키계 정치인이 공립학교에서 십자가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27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이날 니더작센주 사회장관으로 취임하는 아이귈 외즈칸(38)은 최근 시사주간지 포쿠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는 중립적 장소이어야 한다"면서 따라서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는 (무슬림의) 두건 만큼이나 공립학교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외즈칸이 소속된 기민당(CDU) 관계자들이 강력히 반발했으며, 그녀의 주 장관 지명을 철회해야 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외즈칸을 각료로 발탁해 찬사를 받았던 크리스티안 불프 니더작센 주 총리는 이번 발언이 사견일 뿐이라면서 "니더작센 주정부는 기독교적 가치에 기초한 관용적 교육 정책에 따라 십자가와 같은 기독교의 상징들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불프 주 총리는 종교의 자유에 따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두건을 착용하는 것도 용인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녀는 종교적 중립에 대한 개인 의견을 피력한 것일 뿐 니더작센 주의 교육정책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민당의 슈테판 뮐러 의원은 외즈칸의 발언이 충격적이라면서 "학교 내 십자가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기독교 정당에 소속돼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탈당을 촉구했다.
1960년대 독일로 이주한 터키인 부모의 사이에서 태어난 외즈칸은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독실한 무슬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의 가족은 이슬람 기념일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인 외즈칸은 또 이번 발언으로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현재 경찰은 그녀를 24시간 경호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는 약 300만명의 터키계 주민이 살고 있으나 독일 사회와 동화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대부분은 1960~1970년대 독일 경제기적 당시 이주한 소위 '손님 노동자(Gastarbeiter)'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