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초등학교와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일제고사 감독을 외국인이 맡게 되는 이례적이고도 이채로운 상황이 연출되게 됐다.
호주 최대주인 뉴사우스웨일스주 교육부는 오는 11일부터 3일간 실시되는 3, 5, 7, 9학년 학생 대상 읽기, 쓰기 및 수리능력 일제고사(NAPLAN) 시험감독을 교사들이 거부하기로 함에 따라 배낭여행객(백패커)과 워킹홀리데비자소지자(워홀러)들에게 시험감독을 맡기기로 하고 희망자를 모집 중이라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3일 전했다.
이는 교사들이 연방정부 교육부의 각급학교별 현황 공개 인터넷사이트인 '마이스쿨' 폐지를 주장하며 시험감독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의 의뢰를 받은 취업알선업체들은 하루 5시간씩 시간당 19.11호주달러(2만원상당)를 지급하겠다며 서둘러 백패커와 워홀러 모집에 착수한 상태다.
교육부는 이번 일제고사 시험감독인력이 2천명 정도 필요하며 이들은 시험기간을 전후로 최대 5일간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정부는 일제고사 예산으로 모두 1억호주달러(1100억원 상당)를 배정해 놓고 있다.
베리티 퍼스 주정부 교육부장관은 "2천500명이 시험감독 의사를 알려왔다"며 "일제고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뉴사우스웨일스주 교사노조는 일제고사 시험감독 거부방침을 철회하도록 한 노사관계위원회(IRC)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자칫 시험감독이 없는 일제고사가 치러질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는 주정부 관내 전체 학교 가운데 20%정도가 시험감독이 없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시험감독을 거부하도록 독려하는 교장이나 시험감독에 나서지 않는 교사들은 해고 등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교육노조(AEU)는 이에 앞서 지난 달 1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마이스쿨'을 폐쇄하지 않을 경우 일제고사 시행을 수용하지 않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AEU는 마이스쿨에 게재된 각종 학교 관련 자료들이 부정확한데다 학부모 및 학생들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이렇게 결의했다.
AEU 대표 안젤로 개브리얼라토스는 "마이스쿨을 통해 드러난 학교별 격차가 더이상 학교 차별 등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사이트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반발에 대해 교육당국은 "마이스쿨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은 교사들이 시험감독을 거부하면 학부모들에게 이를 맡기겠다고 했지만 여의치 않자 외국인들에게 시험감독을 맡기겠다는 발상을 서둘러 내놓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일시체류 외국인에게 시험감독을 맡기는 것은 교육 파행을 몰고 오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라며 "정부와 교사들이 서로 양보하는 등 학생들을 가장 우선 시하는 정책을 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