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개막한 '유니세프 연차총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유니세프 아이티 대표 프랑스와즈 그룰루스(53·여)는 10일 "아이티는 나라 전체가 난민촌이다"라며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1월 중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아이티에서 2002~2005년에 근무했으며, 현재는 같은 섬의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유니세프 대표를 맡고 있다.
그룰루스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진 후에 수많은 사람이 국경을 넘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피난했는데 난민 중에 다리가 잘려서 온 아이들을 볼 때 가장 마음 아팠다"라고 회상했다.
지진 발생 시각인 '1월 12일 오후 4시 53분'을 정확히 기억하는 그는 "지진으로 모든 게 다 파괴돼 식량, 물, 약품 등을 공급받는 '비상 체계(life line)'를 수립하는 데 3주 걸렸다. 아이티가 강력한 정부도 아니고 분쟁도 많아 상황이 워낙 열악한데 지진까지 나서 이산가족이 많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지진으로 학교 4200곳이 파괴됐고 정부부처 건물도 19곳 중 16곳이 무너졌다. 각종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난민 정착촌 1242곳이 속속 생겨나 나라 전체가 난민촌이 된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아이티는 무너진 교육부 건물을 복구하고 잿더미가 된 학교의 잔해를 치운 뒤 '텐트 학교' 1천개를 세워 20만명의 어린이가 학교로 돌아간 상태다.
하지만 곧 우기가 시작돼 3~4개월밖에 유지가 안 되는 텐트학교가 걱정된다고 했다.
그룰루스 대표는 "우기로 접어들어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될 텐데 유니세프 직원들이 텐트에서 지내면서 비가 올 때마다 잠에서 깨 아이들을 걱정한다"라고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진으로 아이티 대통령마저 떠난 상황에서도 복구를 위한 협력과 연대가 잘 이뤄져 희망적이었다. 아이티가 많은 변화를 이뤄가고 있는 만큼 도움과 복구를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언론에서 보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이티는 지금까지 활발한 기금 모금으로 2억 1800만달러를 지원받았고 앞으로 8천만달러를 더 지원받기로 했다. 한국도 350만 달러를 지원했다.
그룰루스 대표는 자신의 꿈은 모든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총회가 열리는 호텔에 도착해 어제 한국의 돌잔치를 봤는데 한국 아이들은 보살핌을 잘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행복한 아이들을 보는 건 큰 기쁨이지만 나의 큰 관심은 아이티 아이들이다"라고 한시도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아이티 어린이 2명 중 1명이 학교에 다니는데 2명 다 학교에 다니길 바란다. 한국이 한국전쟁 이후 큰 발전을 이룬 건 '교육의 힘'이었다고 본다. 아이티도 교육에서 더 큰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