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기금조성이 학교 교육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학부모의 소득 불평등이 자녀의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일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시카고 교외 오크파크시(市) 97학군 교육위원회가 교육청 내 각 학교의 교육시설 개선을 위해 학부모운영위(Parent-Teacher Organization)에 기금조성을 제안하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학부모들은 "일부 학교는 기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소득 수준의 학생들이 다니지만, 몇몇 학교는 그렇지 않다"면서 "학부모들의 기부액수에 상한선을 두어 소득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 정부의 교육 예산 삭감으로 각 학교가 재정 위기를 겪는 현 시점에서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기금조성은 학교 교육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리뷴은 "미국 전체 평균으로 볼 때 학교 기금에 개인 기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소수의 기부자가 학교시설 및 교육 프로그램에 혁신적인 이바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시카고 교외 베링턴시 220학군의 경우 한 학교의 PTO 학부모들이 2년 전 모든 교실에 최첨단 교육 설비를 완비하면서 빈부격차에 따른 '형평성'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학군 내 노스베링턴초등학교 학부모들은 11만 5천달러의 기금을 모아 컴퓨터와 연결되는 오버헤드 프로젝터(OHP)를 각 교실에 설치했다.
이 학교 PTO회장 메리 매그로는 "교육에서 테크놀로지의 영향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기금마련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재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이웃 마을 카펜터스빌의 써니힐초등학교에 같은 기기 두 세트를 기증하기도 했다.
노스베링턴초등학교와 같은 학군 내에 있는 또다른 학교들도 PTO를 중심으로 첨단 교육설비를 설치하고자 기금마련에 나섰지만 이 학교와 같은 수준의 설비를 갖출 만큼 기금이 모아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특히 학생 10명당 8명이 저소득층인 한 학교의 기금 모집은 처음부터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오크파크시 97학군 교육위원회의 경우 최근 학부모 기부액 상한선을 5천달러로 책정하고 이보다 더 큰 액수를 기부하는 경우 교육위에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오크파크의 가장 작은 학교이자 학생의 4분의 1이 무료급식을 받는 저소득층인 어빙초등학교의 학부모 200여 명은 학부모를 통한 기금모집 자체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며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공평하지 않은 교육의 기회와 첨단 교육시설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빈부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키고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주장하며 교육위원회의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