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5층 제2강의실. 6.2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후보등록한 8명은 ‘투표용지 게재 순위 추첨’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지 단 30분 만에 희비가 엇갈렸다.
교육감은 정당 공천이나 추천을 받지 않아 투표용지에 기호 표시 없이 후보자 성명만 위에서 아래 순으로 기재되는데, 통상 용지 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설이 있어 후보자들은 게재 순위를 중요하게 여긴다.
한 후보는 인근 교회에서 2시간 넘게 기도하다가 추첨장을 찾았고 몇몇 후보는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두 손을 꼭 쥐고 기도하기도 했다.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일렬로 자리에 앉은 후보들은 위원장, 상임위원 등이 배석한 가운데 차례로 나가 강의실 한 가운데 놓인 흰색 함을 이용해 1차 추첨했다.
2차 추첨 순위를 정하는 1차 추첨부터 신경전이 치열해 좋은 번호를 뽑으려고 추첨함에 손을 넣고서 한참이나 추첨알을 소리 나게 굴리는 경우가 많았다.
앞뒤로 ‘일’ ‘1’ 이라고 적힌 추첨알을 뽑은 이상진 후보는 좌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곧 2차 추첨이 시작되자 다시 침묵이 흘렀고 2∼3명의 후보는 손을 모으거나 눈을 감고 기도했다.
첫 번째로 나선 이상진 후보는 2차 추첨에서 숫자 ‘5’를 뽑고 나서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6’을 뽑은 박명기 후보나 ‘4’를 뽑은 김영숙 후보 등은 아무 말이 없었다.
반면 이원희 후보는 추첨알을 뽑아들고 “1번입니다”라고 말해 동행자들이 일어나 환호했고 그 자리에서 “한판승입니다”라는 소감을 말했다.
이날 추첨 결과에 따라 투표용지에는 위에서 차례로 이원희(전 교총 회장), 남승희(여.전 서울시 교육기획관), 김성동(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김영숙(여.전 덕성여중 교장), 이상진(서울시교육위원), 박명기(서울시 교육위원), 곽노현(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권영준(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후보 순으로 기재된다.
각 후보는 순서가 모두 정해지자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숫자와 관련지어 교육 공약을 설명하고 좋은 해석을 내놨다.
이원희 후보는 “교육 개혁은 ‘1판승(한판승)’이다. (게재 순위 추첨에) 담담하게 임했고 철야기도 등 많이 기도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곽노현 후보는 “기본적으로 (교육감 선출은) 선거이지 로또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럭키세븐(행운의 7)이다. 당연히 이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