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후보에 대한 시민 인지도가 바닥에 머물러 있지만, 투표율 제고에 힘써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마저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로또 선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6일 언론사 및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6·2 지방선거 후보 인지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투표일이 불과 일주일 남은 현재까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응답률이 70~7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체의 절반을 넘는 유권자가 투표장에서 처음 보게 되는 후보자 중 한 명을 '찍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 첫 직선제가 도입된 교육의원 선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교육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자가 누군지 아는 시민은 10명 중 1명도 될까말까 한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무관심 분위기가 이러다 보니 모 후보는 당선되면 좋은 자리를 주겠다며 경쟁후보를 매수하려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투표용지 게재 순위 추첨에서 유리한 번호를 뽑았다는 점을 믿고 출마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감, 교육의원 후보자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인지도가 이처럼 저조한데도 투표율 제고에 나서야 할 선관위마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2008년 서울시교육감선거 당시 서울시선관위는 직선제가 서울에서 처음인 데다 선거일이 평일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각종 여론조사,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투표율 제고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올해 서울시선관위가 교육선거 인지도를 높이려고 노력한 흔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교육감 후보 합동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일부 방송사가 집계한 여론조사 결과만을 단순 적용해 참가 후보를 선정, 다른 후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 등 운영 과정에서도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안동원 서울시선관위 홍보과장은 "이번 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등 8명을 모두 뽑기 때문에 중앙 차원에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며 "시선관위 차원에서 별도 홍보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감은 '교육 대통령'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교육정책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뿐 아니라 공정택 직전 교육감이 비리로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져 차기 교육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서울학생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지역 교육의원도 2010년 기준으로 심의 의결하는 예산이 6조 3천억원에 달할 뿐 아니라 교육에 관한 사항을 감사·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등 교육정책 전반에 교육감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