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수업보다 학생-학부모와의 관계 정립을 더 고민하고 있다고 발표될 만큼 요즘 교사들은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지난해 교권침해 사례 237건 중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폭언 폭행 협박이 절반(108건) 가량을 차지해 10년 사이 9배나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사회적 환경 속에서 교사가 상처 받지 않고 바른 관계 정립을 위한 ‘해결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최근 ‘선생님은 해결사’(이너북스)를 펴낸 박성희 청주교대 교수, 김기종 청주 분평초 교사, 오희은 청원 갈원초 교사, 장희화 증평 도안초 교사의 입을 통해 그 해결책을 들어봤다.
10개 영역별 5년 간 모은 현장 사례로 해결책 제시
교사의 ‘진정성’ 없이는 실질적 문제 해결 어려워
상담은 ‘수평’ 관계서 출발…이성‧합리적 존재 돼야
“선생님들이 많이 힘드신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학교상담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저희에게 고민거리를 들고 오시는 선생님이 적었는데 요샌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어요. 고민도 아이들 문제뿐 아니라 학모와의 관계라든가 교직생활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의 상담을 요청하시는 경우가 많아졌고요.”(김기종)
청주교대초등상담연구회(CESCA) 소속 100여명의 회원들이 모은 생생한 현장 사례를 박성희 청주교대 교수 등 20명의 집필진이 5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한 책 ‘선생님은 해결사’는 학교 상담을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까지 아울러 그 영역을 확대, 젊은 교사들을 위한 ‘멘토’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교사-학생관계, 또래관계, 주의산만 행동, 폭력행동, 학습, 집착, 다문화, 특수아동, 성과 이성, 학부모 편 등 10권으로 나뉜 책은 각 권 별로 문제의 사례-증상이름과 유형, 상황, 교사의 대처방법-상담적 접근의 형식으로 구성했어요.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례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오희은)
싸우는 아이들을 말리기보다 오히려 멍석을 깔아줘 화해하게 만드는 방법, 아이들 돌보지 않는 학부모를 설득한 예, ADHD 성향을 6학년이 될 때까지 방치해 온 학생을 변화시키는 과정 등 이 책이 담고 있는 사례에는 교사의 ‘진정성’ 없이는 실질적 문제해결이 어려움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아요. 하지만 그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지 않거나 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방치하게 되죠. 이런 아이들이 그대로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문제아가 되고 더 이상 상담으로는 치유하기 어렵게 되는 거구요. 초등에서는 예방이 가능하니까 그만큼 상담이 중요한데, 여건이 많이 아쉽지요.”(장희화)
“최근 이슈가 된 학생들의 욕설만 해도 그래요. 초등에서부터 욕을 하는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면서 그 강도가 심해지고 차마 듣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게 되죠. 하지만 이 아이들을 상담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 학생의 내적인 문제, 가정환경까지 파악하고 욕으로 발산되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 줘야 하니까요. 저희가 책에서 밝힌 해결책들이 참고는 되도 결국 나머지는 교사의 몫인 거죠.”(김기종)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살펴보면 그 원인이 서로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학부모 관계가 그렇죠. 교사는 어떤 경우에도 감정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여야 해요. 교사가 상처받으면 관계는 물론 문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당황하지 않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라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적 상황들을 미리 알아두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박성희)
현재 초등에는 그나마 몇 안 되지만 중고교에는 있는 전문상담교사조차 배치되어 있지 않다. 상담교사 1급 자격을 가진 교사들도 그리 많지는 않은 현실에서 현장 대처를 힘들어하는 하는 것을 교사들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사들이 제대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교육은 ‘수직적’이지만 상담은 ‘수평적’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박 교수는 “상담관련 연수를 확대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을 맺었다.
“올바른 상담은 ‘바위 안에 숨어 있던 ‘그 무엇’을 작품으로 끌어내는’ 예술 작업과 같다고 봐요. 내 생각을 덮어씌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발현해 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대로 된 상담이니까요. ‘진정성’을 가지고 학생과 학부모에 다가가려는 교사들에게 이 책이 조그만 기폭제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