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실시된 16개 교육감 선거는 이른바 보수 분열 속에 진보 약진으로 요약된다. 진보 성향의 당선자들은 선거 운동 때부터 정책협력을 밝힌 바 있어 수월성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과 상당 부분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학교현장에 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진보 약진, 현직 프리미엄 강세 = 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면 이념성향을 떠나 현직 교육감이거나 선거 직전 임기를 마쳐 사실상 현직인 지역에서는 이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대전, 울산, 경기 등 현직 교육감이 출마한 곳은 9곳이었으며 이 중 광주, 울산, 경남을 제외하고 6곳에서 현직이 당선됐다.
또 선거 직전 임기를 마쳤던 나근형 전 교육감은 이청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비슷한 케이스인 강원의 한장수 후보는 고배를 마셔 대조를 이뤘다. 경기지역에서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현직은 임기 동안 이름이 많이 알려져 10% 이상 유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서울, 광주, 경기 등 6곳에서 교육감이 당선된 전교조 등 이른바 진보진영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진보교육의 명운을 걸고 기득권을 포기한 채 단일화를 이뤄 각 지역에서 ‘일진다보(一進多保)’ 구도를 만들어 전략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에 반해 소위 보수진영은 각 지역에서 최소 3명 이상의 후보 출마하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서울의 예를 볼 때 당선된 곽노현 후보와 2위로 낙선한 이원희 후보 간의 표차는 4만 7000여 표차로 5만 3000여 표로 최하위를 기록했던 이상진 후보만이라도 단일화에 참가했으면 승부가 뒤집어졌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와 단일화 실패가 보수진영의 최대의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선거전 우려됐던 줄투표 성향은 나타나지 않아 유권자의 인식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현 정부 교육정책과 마찰 빚나 = 진보 후보들의 당선으로 인해 교육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진보진영 당선자들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교원평가제, 자사고 확대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실제 학교현장에 영향력이 큰 교육감이 정책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 현장착근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2008년부터 학교자율화를 추진하며 교과부 권한의 많은 부분을 시도교육청과 학교로 이양해 교육감의 영향력이 커졌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그동안 행보를 봐도 전교조 교사 징계 반대, 자사고 인가 불허, 학업성취도 평가 소극적 참여 등으로 엇박자를 보여 왔다. 교육계에서는 진보 교육감이 대거 탄생한 만큼 그 동안 김 교육감 모습은 예고편에 불과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진보진영 후보들은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강력한 연대입장을 밝히고 있어 7월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한 차례 충돌이 예상된다. 그동안 관례상 서울시교육감이 의장을 맡아왔으나 보수성향 당선자들은 표대결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예측에 대해 현장 교원들은 학교현장에서 혼선이 나타날까 우려를 전하고 있다. 경기 백모 초등 교장은 “교육은 이념과 큰 상관없이 백년대계를 보고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정책과 교육감의 성향이 충돌해 현장에 갈등이 초래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