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 주에서는 매 학년이 끝나기 전 학력평가시험을 치른다. 그 시험에서 일정 성적을 얻어야 다음 학년에 진급할 수 있고, 그 성적이 학교나 반의 우열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학생들의 평가시험 성적을 교사들의 실적과 연계시키는 주들이 늘어나면서 교사들이 과거에는 용납할 수 없던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텍사스 휴스턴의 한 초등학교 교장과 부교장, 그리고 3명의 교사가 사퇴한 것도 시험 부정행위 때문이었다.
이 학교 5학년의 시험성적이 너무 좋게 나오자 조사에 착수한 교육청에 의해 이들이 과학 시험을 보기 전에 미리 시험지의 봉투를 표시나지 않게 열어 본 뒤, 아이들에게 시험에 나올 만한 상세한 학습 안내 자료를 나눠줘 공부하도록 해 시험성적을 올린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교육청은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무효처리했다.
학교의 관리 책임자들은 높은 점수가 점차 그들의 실적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고, 수학·과학 교사들의 경우 그 보상이 더 가시적이어서 2850달러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부정행위의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NYT는 전했다.
조지아주에서는 작년 여름 학력평가시험의 성적을 조작한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에 대해 정직 처분이 내려졌고, 지난 2월에는 주 전역의 상당수 학교에서 평가시험 정답 수정 등 부정의혹이 제기돼 교육청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매사추세츠주의 한 학교에서는 2009년 시험 당시 교장이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어깨 너머로 답안을 살핀 뒤 잘못된 답을 정정해 주라고 지시한 사례도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 공교육 정책인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도 교사들에게는 압력이다.
처음 이 법이 시행됐을 때는 낙제학생에 대한 기준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었지만, 갈수록 그 기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마치 높이뛰기 시합에서 처음엔 바(bar)의 높이를 낮췄다가 점점 높이는 것과 같다"면서 "기준이 높아지면서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교사들은 심할 경우 사퇴압박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교사의 시험 부정행위는 갈수록 확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력평가 시험에 반대하는 비 영리단체인 '페어테스트'의 로버트 셰이퍼 공교육 국장은 "교육자들이 학교의 명성, 그들의 생계 등으로 인해 위험에 몰려 있다"면서 "이것이 교사들에게 선을 넘어서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