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세계 각국에 있는 한글학교에 보급할 교과서의 물량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통보해 교민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은 이달 초 재외 공관에 이메일을 보내 "7월에 보급할 예정인 교과서의 구입비와 물류비가 크게 상승해 공급에 어려움이 있다"며 "개정된 3, 4학년 교과서는 전량 공급하겠지만, 나머지 1, 2, 5, 6학년의 경우 재고분과 물려받기 등을 활용해달라"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국제교육원의 위탁으로 전 세계 2100여 개로 추산되는 해외 한글학교에 교과서 보급 사업을 하는 재단 측이 교과서 공급을 축소하는 이유로 내세운 것은 예산 부족이다.
재단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07년 교육과정 개편으로 2013년까지 국정교과서가 검정교과서로 모두 바뀌는데 권당 단가가 1200원에서 6천~7천원으로 대폭 상승했다"며 "교과서 구입비와 물류비는 크게 올랐는데 예산은 늘지 않아서 (공급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민 학부모들은 비용 상승은 이해하지만, 한글 교육에 목말라 있는 재외 교민의 자녀들과 입양아 자녀들을 위한 교과서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량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한 교민은 "교과서 구입비가 얼마나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 교과서 비용을 아껴서 어디다 쓰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글학교 교사들도 선배들이 쓰던 교과서를 후배 학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교과서에 연필로 적힌 문제풀이와 메모를 지우개로 일일이 지우는 작업을 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가서 직접 대형서점에서 교과서를 구입해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민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자 재단 측은 국제교육원과 협의해 추가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단 관계자는 "교과서가 꼭 필요하다고 신청한 학교에 대해서는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추가 예산 편성을 협의하고 있는데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