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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자살 한달 '여전히 보따리 장수'

조선대학교 시간강사 서모(45)씨가 교수 임용 탈락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지 25일로 한달을 맞는다.

그의 죽음으로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삶은 크게 부각됐고 교육 당국과 대학은 각종 대책을 쏟아내며 처우 개선을 외쳤지만 이들은 여전히 '보따리 장수'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씨는 지난달 25일 교수 채용 과정에서 수억원의 돈이 오가고 있고, 논문 대필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집에서 연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공연한 사실로 통했던 교수사회의 비리는 한 시간강사의 죽음과 함께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이들의 열악한 삶에 대한 관심은 폭발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23일 강의전담 교수 전환, 4대 보험가입 지원, 공동연구실 마련, 시간강사료 인상 등 시간강사를 지원하기 위해 법률개정과 제도 개선에 나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도 대학 시간강사 대책 추진을 위해 기존의 소위원회를 특별위원회로 확대·개편하고 처우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각계에서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간강사들은 "논의만 있고 정작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며 '반짝 관심'이 아닌 실질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논의만 무성한 사이 여름방학을 맞은 시간강사들은 돈 한 푼 들어오지 않는 삶에 희망보다는 절망을 경험하고 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강의가 없어 서씨가 언어교육원에서 토익을 가르쳐야 했던 것처럼 아르바이트하거나 그냥 백수 신세로 전락한다.

보통 한 학기로 계약이 이뤄지는 시간강사의 형편 때문에 방학 이후 재계약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점은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강의가 없어 하루 내내 노조 사무실만 지키고 있다는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선대분회 정재호 분회장은 24일 "대학 당국은 처우 개선을 외치지만 나아진 것은 전혀 없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씨의 죽음이 개죽음 되는 것이 아닌가"라며 씁쓸해했다.

한 동료 강사는 "서씨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세상이 바뀌기를 원했다"며 "그러나 학교와 세상의 무관심로 그의 죽음이 그냥 잊혀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서씨가 폭로한 유서에 대해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경찰도 "구체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다"며 답보 상태이고,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대학과 교과부도 "조사 중이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동료인 시간강사들의 힘으로 조선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여전히 그를 추모하는 학생들과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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