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는 15일 일제고사 실시와 관련, "너무 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학생은 공부한 것에 대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건국대에서 열린 '제9기 전국대학언론 기자학교'를 방문, 대학생 기자 등 12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한 뒤 일제고사에 관한 질문에 "교육받는 사람이 교육받은 내용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은 상식"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창의성을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며 고교교육 다양화, 대학 자율화, 학력 차별 완화 등 이른바 '3화(化)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적 성향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언급, "곽 교육감이 '어려운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른 지역의 부자 자녀들도 다니도록 학군을 조정하겠다'고 하는데 얼마나 멋있느냐"며 "그게 다 다양성"이라고 말했다.
또 '대학 자율화에 본고사 허용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구술면접 등을 언급, "실제로 대학에서 본고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그걸 인정해야 한다"며 "본고사를 보는 것이 형평에 크게 어긋난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이번 정부 들어와서 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자연과학, 공학에 대한 지원이 굉장히 늘었다"며 "정작 자연과학자나 공학자의 불만은 의사를 결정하는 자리에 문과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 과학기술수석을 상임으로 두는 게 좋다고 건의했는데 이번에 과학기술수석은 없고 미래전략기획관이 과학기술수석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몇몇 자리에 문과보다 이과를 배경으로 가진 사람을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할지도 모를 것 같다. 대통령께서 유연하게 생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구를 보필하려면 보필하는 사람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아직도 (이 대통령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보필이 완벽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사회에 가면 그 사회 언어에도 좀 익숙해야 되는데 여의도 언어와 세종로 언어에 미숙해 고생은 좀 하고 있다"며 "이제 좀 파악한 것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이 정부에 들어와서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다"며 "집행 과정이 좀 미숙했을지 모르지만 의도 자체는 좋은 것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다"며 "이를 지키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해야 민주주의가 발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총리는 오는 21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창의적 인재 육성과 학력차별 완화'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3화 정책에 대한 정책 구상을 거듭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