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가 19일 발표한 수능 개편안은 수능을 연 2회 치르고 국영수 A/B형 수준별 시험을 도입하며 탐구영역 응시과목 수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아직 3년이라는 시간이 남긴 했지만 개편안은 지난 20년간 유지된 수능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 입시에서 수능 비중을 대폭 낮추자는 것이어서 교사들은 어떻게 진학지도 계획을 세워야 할지 벌써부터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인 조효완 서울 은광여고 교사는 20일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사실 수준별 수업을 위한 것이므로 자연적으로 A형반, B형반이 생기겠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B형반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개편안에 따르면 국영수 수준별 시험 가운데 A형은 현재 수능보다 훨씬 쉬운 수준이고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이다.
수준별 수업의 취지는 좋지만 대학 입시와 결부되면 아이들은 결국 입시에 유리한 쪽으로 반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수준별 수업의 본래 취지도 퇴색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수시를 100%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일원화한다고도 하는데 과연 진정한 입학사정관제가 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고 학교에서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 전교생의 포트폴리오를 다 만들어줘야 하는데 과연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대구진학지도협의회 회장인 박영식 청구고 교사는 "처음부터 A형반, B형반으로 나눠 지도한다고 하면 원래 A형반에 있던 아이가 학업수준이 향상됐을 때 진학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사는 또 "탐구영역 선택과목을 1개로 줄이면 점수 따기 좋은 과목에 아이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외형적으로 과목 수는 줄어들지만 그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더 커져 학습부담은 여전히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에서 직접 진학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들의 의견을 개편안에 좀 더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고 3학년 부장인 박상호 교사는 "연구진이 오랜 기간 연구해 내놓은 개편안이라고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너무 일방적인 연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박 교사는 "탐구영역이 1과목으로 줄면 나머지 과목의 수업은 아예 학교에서 못 할 수 있다. 특히 국사 교육은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데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아이들을 대학에 집어넣어야 하고 대학은 또 여러 가지 기준들을 만들어 내놓을 텐데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