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부터 독일에서는 공식적으로 처음 ‘이맘’(imām·이슬람 교단의 지도자)을 양성하는 기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이미 올 초 독일 정부의 대학·학술정책 자문기구인 학문위원회가 독일 대학 내 이맘학과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학문위원회는 이슬람 및 기독교 전문가들과 2년여 논의를 거쳐, 우선 시범적으로 독일 대학 2~3곳에 이슬람신학연구소를 만드는 것이 신학과 종교 관련 학문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주 목적은 이슬람 이주민 통합을 개선하는 것이다. 지난해 당시 내무부 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이슬람은 독일사회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만큼 현재 400만 무슬림 이주민이 거주하는 독일에게 통합문제는 큰 숙제다.
독일연방교육부장관 아네테 샤반(기민련)은 쾰른에서 열린 이슬람 연구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서 “앞으로 종교교사, 이맘, 이슬람신학자는 독일의 국립대학에서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 대학에 먼저 이 학과를 개설할 것인지는 아직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다. 지금까지 이맘은 터키에서 직접 왔었다. 이제 독일 내에서 직접 학문적으로 능력 있는 위원회를 구성해서 이들이 직접 내용과 기준을 결정하게 할 방침이다. 결국 이 위원회는 독일정부와 무슬림공동체를 중재하는 기관이 될 것이다.
독일 내 이맘 양성 제안은 독일의 각계각층으로부터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간지 ‘쥐드도이체차이퉁’에 따르면 독일 내 이슬람 단체들이 이슬람 연구소 설립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무슬림 단체들은 기독교계처럼 최소한 연구소 설립 초기만이라도 대학교과과정과 교수초빙 결정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독일터키연합도 “이슬람 신학 연구소가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독일 대학에 이맘을 양성하자는 의견을 환영했다. 녹색당 연방의회 원내총무 폴커 벡은 “외국에서 오는 이맘은 독일 무슬림들의 문제를 잘 알지 못해서 신도들에게 충분하게 방향제시를 못했다. 독일에 이슬람 연구소가 설립되면 이슬람이 차별받지 않고 존립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 뮌스터 대학에 이슬람 종교 교사 양성 과정인과 독일대학의 종교학과나 신학대학에 몇몇 이슬람학과 교수직이 신설됐지만, 이슬람 신앙중심의 연구는 전무하다.
물론 이맘 양성 과정 설립까지는 아직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가령 커리큘럼은 누가 정할 것이며 교수 초빙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지, 교수초빙 심사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돼야 할 것인지가 바로 그렇다.
이에 드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교수 다섯 명이 재직하는 학과 하나를 신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각 대학 당 약 150만 유로다. 그래도 아네테 샤반 장관은 연방 정부가 이에 대한 비용을 분담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학문위원회의 제안이 ‘시대에 맞는 통합정책’이라고 환영했다. 이에 따라 이맘양성 학과와 이슬람 연구소를 유치하겠다고 지원하는 대학들도 줄을 서고 있다.
지금까지 독일 대학에서는 아주 소수의 이슬람 종교 교사를 양성했다. 신학 대학이 유명한 뮌스터가 바로 그 예다. 2004년부터 이슬람 종교교사를 양성하고 있는 뮌스터 대학을 비롯하여 튀빙엔대학, 하이델베르크대학 등 유서 깊은 독일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연구소 및 이슬람 학과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학과를 개설하기 위해 현재 이슬람 신학 학문연구소들이 이번 가을,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학문위원회 위원장 페터 슈트로슈나이더는 “우리는 이슬람 연구를 이슬람 문화권의 동양학과 연결시키려고 한다. 이를 위해 독일은 이슬람 신학의 학문적 능력을 국제적으로 입증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