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전기료가 오르면 가뜩이나 무상급식 확대로 교육 예산이 줄어드는 판국에 전기료가 공공요금의 반이상을 차지하게 돼 학교 교육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 뻔하다.
학교 전기료가 8월 1일부터 5.9% 대폭 올랐다. 가스도 5.1% 올랐다. 2008년 4.5%, 2009년 6.9% 인상되더니 2012년까지 계속해서 오른다는 걱정스런 소식이다. 1년 9개월 사이에 16% 이상 올랐는데도 지식경제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원가보상율이 낮은 교육용 전기료를 현실화하고 낭비요인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원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입장은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이 여파로 교육 현장 전반이 악화됨은 물론 학생들의 학습여건도 점차 나빠져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입는다. 정부는 전기료 인상으로 초래되는 교육현장의 피해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원가에 못 미치니 손해를 보며 장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때 교육과학기술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교육용 전기요금을 인하할 경우 소비 절약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전체 전력사용량의 절반가량을 점유하는 산업용 전기료와 달리, 교육용 전기의 전력사용량은 전체 전력사용량의 1.6% 정도로 요금인하 정책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26학급의 경우, 최근 1년간 전기료로 3650만원, 가스료로 1925만원을 납부했지만 이번 요금 인상으로 당장 이번 달부터 몇 십 만원씩, 연 300만 원 정도 추가부담을 하게 됐다. 교육청이 추가로 예산을 지원한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 하였다.
학교 전기료가 오르면 가뜩이나 무상급식 확대로 교육 예산이 가뜩이나 줄어드는 판국에 공공요금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료가 부담이 되어 학교 교육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선 학습준비물 구입비가 대폭 줄어들고 백묵 구입비, 복사용지와 등사용 신문용지 구입비, 토너 구입비, 사무용품 수리비, 도서구입비, 교수학습 재료구입비, 실험실습비 등 교육에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이 줄어든다. 자연히 교육활동이 위축되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전기료 인상이 학습권 침해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뿐일까? 학교는 학교선진화 정책 추진 이후로, 냉·난방 시설 뿐만 아니라 컴퓨터·프로젝터 등 다양한 교육용기기 사용의 증가로 해마다 전력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추세다. 그렇지만 전기료 인상으로 인해 교육용기기 사용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지금도 교감과 교장은 복도를 다니면서 불필요한 전등끄기에 앞장서고 있다. 수업시간에 켜져 있는 화장실 전등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환풍기 스위치 끄기에 바쁘다. 교실에서는 스위치마다 ‘절전’ 글자 표시를 하고 담당 학생을 정해 놓고 있다. 필자는 한 술 더 떠 화장실의 전등 수를 반으로 줄였다. 공공요금을 줄여 교육활동비를 확보하려는 고육지책이다.
이제 개학을 하면 절전에 대한 교장의 잔소리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냉난방기 작동에 있어 실정을 모르는 학생들은 켜달라고 하고 선생님은 아니 된다고 하거나 교무실과 행정실의 불협화음이 생겨날 것 같다.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사항을 전기요금 과다로 뿌리쳐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한 것이다.
해결책은 있다. 교육예산을 늘려 주든가 아니면 학교 전기료 인상을 동결하는 것이다. 전자가 경제 여건 상 어렵다면 후자가 올바른 판단일 듯싶다. 교육용 전기요금 부담은 교육여건을 악화시키므로 전기요금 경감만큼의 예산을 교육 본연의 목적을 위해 투입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와도 일치한다.
G20 개최국인 나라에서 전기료 때문에 여름엔 더워서, 겨울엔 추워서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겠다고 아우성을 쳐야 한다니? 이번의 학교 전기료 인상, 어려운 학교 살림살이 현실을 감안할 때 정책적 고려가 부족한 결정이라 판단하며 이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예산적 배려를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