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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생·학부모 신뢰가 교사 힘”

리나 크록포스 핀란드 헬싱키대학 교육학과 교수

1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로 열린 핀란드 교육정책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헬싱키대학 교육학과 교수이자 부학장인 리나 크록포스(Leena Krokfors‧사진) 박사를 8일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났다. 크록포스 교수는 현재 예비교사 및 현직교사 교육을 연계할 수 있는 유연한 형태의 교사 네트워크 환경 구축을 위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크록포스 교수를 통해 핀란드의 교원 양성과 현직 연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성체계 지향점 ‘연구 중심 교사교육’
교원평가 없어, 교육과정 전권 교사에

- 핀란드에서 교사가 되는 것은 어렵다고 들었다.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던데, 어떤 평가를 거치고 경쟁률은 어느 정도 인가.


“교사 양성을 담당하는 11개 대학에 입학하려면 대입자격시험 성적과 고교 내신 성적 외에 해당 대학이 주관하는 교직 적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테스트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면접, 그룹 과제 등 인성과 자질에 대한 평가와 교직에 대한 동기 부여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지를 꼼꼼히 평가한다. 평균 입학 경쟁률은 10대1 정도로 매우 높다. 헬싱키대학의 경우 매년 120명 정도의 학생이 입학한다.”

- 모든 교사에게 석사학위를 요구한다는데. 학위과정은 어떻게 구성되나.
“초·중·고교 할 것 없이 학사 3년·석사 2년 등 총 5년에 걸쳐 석사학위(교육학·160학점)를 이수해야 한다. 5년이 기본이지만 5년 안에 졸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핀란드가 교사에게 석사학위를 요구하는 이유는 교사양성체계의 지향점이 ‘연구 중심 교사교육(research-based teaching)’에 있기 때문이다. 교사 개개인을 독립적 교육학자로 육성해 스스로 교육 이론을 학교 현장에 활용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6개월 정도 교육 실습을 한다.”

- 교원 자격증은 어떻게 분리되나. 교원 수급 방식은.
“학급담임면허(초등학교), 교과면허(중고교), 특별지원교사면허, 양호교사면허 등으로 구분된다. 임용시험은 없으며, 수요와 공급이 거의 맞는 편이다. 학교별로 채용공고를 내고 면접을 통해 임용한다. 교사 채용에 대한 전권은 교장에게 있다.”

- 교사들은 현직 연수를 어떻게 받나.
“연수는 시도교육청에서 주관한다. 의무 연수 기간은 년 이틀에 불과하다. 현직 교사의 연수체계는 매우 다양하지만 체계적이지는 않다. 현재 연수의 체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교사들의 교육과정 자율성은 어느 정도인가.
“교과서 선택, 과목 개설, 학생평가에 이르기까지 수업에 대한 모든 권한은 교사에게 있다.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권한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시하기 때문에 같은 과목이라도, 학생의 관심과 능력에 따라 다른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평준화 체제 안에서도 충분히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다.”

- 교원평가도 없다고 들었다. 연수도 강제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럼에도 핀란드 교육의 성공 원인은 교사에 있다고들 한다. 우수하고 열정 있는 교사를 만드는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어떠한 형태의 외부평가도 없다. 장학 감사제도도 없다. 임용에서부터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았고 제대로 교육해 어렵게 졸업한 만큼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를 신뢰한다. 그래서 교사들의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실력이 있고 권한과 자율권을 갖춘 교사들은 학생과 함께 수업을 계획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을 즐긴다. 교사들의 ‘즐기는’ 문화가 열정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 원어민 교사도 없다던데, 영어교육을 어떻게 하나.
“원어민 교사는 없다. 영어 과목만은 영어로 가르치는 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정책이 도입돼 있다. 물론 저학년에서 영어 이해도가 낮으면 수업 중 교사가 핀란드어로 보충하지만 영어 수업 비율은 90%가 넘는다. 핀란드 방송에서는 초등 이상이 보는 영화나 만화 등의 프로그램에 더빙은 하지 않고 자막 방송을 한다. 이런 환경도 영어를 잘 하게 만드는 것 같다.”

-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일단 자격은 교사여야 한다. 학교의 사이즈에 따라 교장이 3~4명이 되기도 한다. 교사들은 꼭 '교장'이 되려 하지 않는다. 행정 업무가 적성에 맞으면 교장, 수업 전문성을 계속 쌓고 싶으면 교사라는 식의 인식이 뿌리 깊다. 그래서 '젊은 교장'도 많다. 핀란드 교장은 1주일에 최소 2시간, 최대 22시간의 수업 책임도 있다. 학교의 사정에 따라 수업 시간 수는 달라진다. 임기가 따로 없어 사실상 종신제로 운영되지만 전통적으로 학교장을 선발할 땐 교사와 학운위의 의견이 반영된다.”

- 한국의 교원양성과 현직 연수교육에 조언하고 싶은 내용은.
“핀란드도 마찬가지지만 양성과 연수의 계속성이 중요하다. 예비교사 및 현직교사 교육을 연계할 수 있는 유연한 형태의 교사 네트워크 환경 구축을 지금 연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중고와 대학이 연계해 공동 연수를 하는 것을 제안한다. 헬싱키 대학에서도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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