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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교사론> ② 변화하는 교육

정보화 혁명의 소용돌이

교직원 회의를 마치자마자,(필자의 학교는 퇴근 무렵에 회의를 한다) 혼자 학교 앞의 대모산으로 향했다. 초입에서 산에서 내려오는 두 등산객의 대화가 들린다. “학교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선생이 그런대요, 야 너 학원에도 안가냐” “그래, 학교 선생들이 이제는 두 손을 놓았나 봐요” - 학부모인 성 싶다. 아아, 결코 듣고 싶어서가 아니다. 너무도 크게 들린다. 모두가 교육에 대해 개탄하는 시대, 필자의 마음은 스산하고 더욱 답답해진다.

오후 5시, 대모산 초입이 벌써 깜깜하다. 12월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한다. 전날 외부 교육계의 여러 장학 위원들을 모시고, 연구부장인 필자가 교사를 대표하여 본교의 취약점에 대한 컨설팅 장학을 받았다. 교직원 회의에서 필자는 장학의 결과를 교사들에게 알려야 했다. 전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맞추어 교사 스스로가 변화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교육 현장에서 도태될 수 있음’과 ‘능동적인 교사에게는 보상, 정체된 교사에게는 불이익’ 측면에서 ‘당근과 채찍’이라는 시스템 도입의 시급성이었다.

전달하는 필자나 이야기를 듣는 교직원이나 그 표정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이다. 장학 위원들의 공통된 요구는 ‘전문성 신장을 위한 노력, 자기 계발 의욕의 동기 부여’를 위한 계량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후배 교사의 헌신적 열정과 선배 교사의 노련한 경험의 조화로움’과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은 이제 뒷방 영감의 중얼거림 정도로 치부되는가 하는 회의감이 인다.

정보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상은 격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운도 부침하며 심하게 명멸거리고 있다. 낙후 유럽국에서, 80년대의 외자 유치와 IT 혁명으로 괄목할 만한 국부를 일구었던 아일랜드와 아이슬랜드 - 그들은 다시 방만한 국가 운영과 부실한 금융 시스템으로 인해 2010년도의 현재, IMF 구제 신청 후 유럽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찌 국가만 그러랴. 오늘날 학교 현장이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췌언을 요하지 않는다. 학교 행정은 정보 공시를 통해 누구에게나 공개되고 있다. 교사가 처리해야 할 문서는 거의 전자화되어 있다. 또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제든지 촬영되어 가공할 만한 조회 수로 인터넷에 떠돌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학교에서 독자적 앱을 만들어 주지나 않을까 기대도 한다. 학부모들은 교육 수요자로서 당당한 권리를 자랑한다. 학부모 서비스를 통해 자녀의 성적을 인터넷으로 열람하는 것은 그들 권리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변해야 한다. 맞다. 기능적 측면으로서 교사가 지닌 전문성은 신장되어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교사도 변해야 하고, 학생들도 변해야 한다. 한데 문제는 변화의 방향과 시선이다. 학교 현장은 실제로 뭘 요구하지 않아도 이미 많이 변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변화의 흐름을 의식이 좇지 못하는 지체 현상이 곳곳에서 빚어진다. 부임 초기 꽃을 들고 꽃병을 갈러 교무실에 들어오던 그 수줍던 소녀들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길 없다. 학부모에게서 받았던 감사의 편지는 이미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이다. ‘우리 아이 늦어요’라는 문자만이 달랑거리며 담임교사의 시선에 머문다.

요즘 필자는 십수 권의 다양한 책을 읽으며, 새삼 독서와 사색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루키의 소설이나 홉커크의 탐험서등 가벼운 것들도 있고, 샐린저나 겐지로의 교육 소설, 그리고 성경, 단테, 공자도 있다. 하나 재독 삼독을 통해 필자의 손에 더욱 자주 잡히는 것은 결코 변화를 위한 실용서가 아니다. 수 없이 손에 잡는 성경과 논어야 말로 필자 독서의 움직이지 않는 보편적인 정신적 원천이다.

그러니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본질적 보편 가치라는 것이 있다. ‘관대함, 예의, 사랑, 양보, 희생, 봉사’ 등등 - 공자는 사람이 파리 목숨으로 경시되던 춘추 시대에 이러한 인간성의 보편 가치와 덕목을 외치며 천하를 주유했던 것이다. 공자는 “배움에 싫증내지 않으며, 남을 가르치기에 지치지 않는다”며 교사로서의 자신을 자부하였다. 교사는 자부심으로 살아간다. 기능적 측면에 앞서, 학생들에게 이런 보편 윤리적 측면을 교육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학생들은 이미 온갖 난무하는 미디어로 인해 난독증에 빠져 버렸다. 그들을 독서와 사색의 세계로 이끌어, 보편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자들이 바로 우리 교사들일 것이다.

대모산을 거쳐 구룡산 정상에서 헌인릉 방향으로 빠져 나오니 어언 저녁 8시이다. 박경리의 토지에서 밤에 혼자 산을 쏘다니던 구천이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내일은 또 다시 다른 하루가 된다. 새로운 힘으로 학생들을 맞이하리라.

▶ 이쌤의 다시 쓰는 교사론은: 1989년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22년이 흘렀다. 학계에의 어슬렁거림으로, 현장에 늦게 도착한 터이다. 8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를 거쳐 다시 2010년대다. 그간 교육 현장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그러기에 하고 싶고,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다. 물론 필자의 생각도 많이 변화했다. 어떤 부분은 더 과격하게, 어떤 부분은 더욱 완고하게 보수적으로 변했음을 느낀다. 이쯤해서 스스로를 한 번 살펴보고 싶다. 외부 환경 흐름과 내면 흐름의 길항(拮抗)작용에 대해서.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지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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