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명목으로 학교를 학원에 빌려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수학교육 내실화가 가능할까요."
일선 학교 및 학부모·교원단체 관계자와 교육 전문가들은 2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 선순환 방안 시안'에 대해 큰 틀에서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를 던졌다.
이날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류장수 부경대 교수는 "방과후 학교에 민간업체가 대규모로 들어오면 사실상 장소는 학교인데 사교육이 될 수 있다. 최소한 준-공교육적 성격을 유지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문권국 정책분석선임팀장은 "방과후 학교 운영 전체를 사설 영리기관에 전면 위탁하면 학교를 학원에 임대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비 경감에만 초점을 맞추면 학교 정규과정에서 제공하기 힘든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을 제공한다는 방과후 학교의 또다른 목표를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만중 부위원장은 더 나아가 "방과후 학교가 사실상 사교육화한 만큼 정부 부문이 방과후 학교 운영을 전담하는 공영제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부산시교육청 정철수 장학관은 "방과후 학교는 담당 교원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이 걸리기 때문에 민간 부문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며 "철저한 사전검증을 통해 민간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번 시안이 사교육 억제에만 중점을 둔 탓에 공교육 정상화 방안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팀장은 "이번 방안은 사교육비 경감에 치우쳐 공교육 강화 방안이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며 "일례로 기존의 사교육없는 학교와 학력향상 중점학교 등을 창의경영학교로 전환해 창의인성 교육을 강화한다는데 사실상 이름만 바뀌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실장은 "사교육 대책은 수요 대체와 원인 제거의 두 가지로 이뤄져야 하는데 전자의 경우 EBS-수능 연계 등 정책으로 일정 성과를 올렸지만 후자는 지금껏 별다른 게 없는 상황이다. 입시제도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수학교육 내실화 등 정책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