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들이 초·중등 학생 대상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학교 자율 형태로 맡겼다. 학생평가를 비롯한 각종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이념 대결과 파당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더욱이 5개 시·도 진보교육감이 ‘고교연합 학력평가’에도 제동을 걸어 고 1, 2 학생들의 시험기회를 축소시켜버렸고, 서울의 경우 배치고사 폐지와 초등 중간·기말고사 폐지를 발표한 상황이기에 학생평가를 둘러싼 논쟁과 혼선은 확산 일로에 있다.
물론 ‘교과학습 진단평가’나 ‘고교연합 학력평가’ 등의 시행 여부나 시행방법은 교육감이 결정할 수 있는 자율 사항이라는 점에서 제도적으로 문제를 삼기는 어렵지만, 소위 진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교육감들만 학생평가를 배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과학습 진단평가’의 경우 16개 시·도교육감협의회 합의에 따라 시행되어 왔고, 학년 초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진단해 이를 보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어 온 만큼 ‘일제고사’라는 부정적 이름표를 채우고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진보교육감들의 이 같은 학생평가 배척으로 인해 보수·진보 교육감 지역 간 형평성의 문제, 일부 학교 내 시험 유형 선택 갈등 유발, 학부모·학생의 시험 선택권 배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고교연합 학력평가’ 응시 기회 축소도 학부모·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진행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교육감의 이념 때문에 자신의 자녀만 손해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원들도 진보교육감들이 각종 학생평가가 마치 학교 교육 파행의 원인인 냥 몰아가고 있는데 대해서 근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학생평가는 보수나 진보를 가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의 문제이다. 지역을 보수·진보로 나눠 학교의 혼선을 초래하고, 학생·학부모의 우려를 자아내기보다는 16개 시·도교육감 공히 머리를 맞대고 평가의 원래 취지와 교육본질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지 일치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학교현장의 혼란이 해소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