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1 (월)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칼럼> 첫 시행 연구년제를 마치며

간혹 TV에서 혁신 학교나 핀란드 교육 등의 새로운 이슈를 접할 때마다 관심은 있었으나 빠듯한 학교 일정으로 인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맞이하게 된 시범 학습연구년제는 필자에게 지역적, 시간적 한계를 넘어 다양하고 충분한 경험을 할 기회를 열어주었다.

처음 연구년제를 시작할 때는 구체적인 지도법 및 프로그램 개발 쪽으로 관심을 가졌지만, 연구년제가 가진 시·공간적 자유로움은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기회였기에 한 분야를 파고드는 수직적 연구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포괄적인 교육 안목을 기를 수 있는 대안 교육의 방향 탐색에 집중하게 됐다.

이를 위해, 해외 교육 우수 사례와 국내 우수 사례를 탐색하고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했으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교육의 본질과 교사로서의 자세에 대해 재정립하는 기회를 가졌다.

우선 북유럽(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을 방문해 핀란드 교육위원회, 스웨덴 교사연합회에서 각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알게 됐고 초·중등학교를 탐방해 학교운영의 실태를 확인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핀란드 교육 개혁의 성공사례’에 대한 집중 연구를 하면서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국내의 우수사례 탐색을 위해서 경쟁률 10:1의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와 경기도 혁신학교 ‘장곡중학교’를 현장 답사해 ‘배움의 공동체 수업과 수업연구회’를 참관하고 특징적 운영사례를 살펴보았다. 또 시간이 날 때마다 각종 세미나, 워크숍에 참여했고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강좌를 청강하며 아이들을 보는 관점을 재정립했다.

다양한 교육 워크숍과 세미나를 듣기 위해 6개월 동안 타 지역으로 수차례 오가면서 처음에는 새벽에 출발해서 밤늦게 돌아오는 피로감과 숙박문제로 지방의 한계를 느끼며 힘들었지만, 한창 수업에 정신없을 낮 시간에 새로운 곳에서 체험을 하고 있는 신선함으로 차츰 연구가 아닌 여행이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학교 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전체적인 숲을 보는 고민을 하게 됐으며 교육의 관심사도 지역을 넘어 전국 단위로 범위가 넓어졌다.

또한 상담심리학을 통해 교사로서 특정 수업 기술이나 생활지도 프로그램을 익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아이들과 수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킨 것도 큰 보람이었다. 연구년제를 임하기 전에는 문제아에 대해 “쟤는 왜 저럴까?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태어날 때부터 문제아는 없다. 지금 단지 힘든 아이이고, 조금 다른 아이일 뿐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아이는 통제의 수단도 어른의 소유물도 아닌데 똑같이 맞추려고 한 자체가 잘못이었다. 획기적인 훈육의 노하우를 펼치기보다 교사가 “나는 너를 믿는다”는 따뜻한 신념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깨닫게 됐다.

아울러 연구년제를 통해 하향평준화의 우려 속에서도 경쟁을 버리고 ‘평등과 협동’을 모토로 40년간 일관성 있게 인간 중심의 교육을 실천해온 핀란드 교육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것과 정부 주도가 아닌 일군의 교육 연구자와 교사들의 자발적 노력에 의해 조용한 혁명으로 파급되는 ‘일본 배움의 공동체’ 적용 수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상당히 큰 성과였다.

하지만 6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부족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잡히려고 하니 끝나버렸다. 첫 시행이라 행정적 절차, 대학과의 연계 측면에서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으며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가면서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짧은 기간에 일 년치 분량(대학 수강, 해외 체험, 개인 연구, 중간 보고회, 최종결과 보고회, 개인연구보고서, 연수결과보고서, 기행문 제출)을 모두 소화하기엔 시간이 빠듯했다.

올해에는 시범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각 시·도에서 위탁교육 기간과 사전에 유기적 연계를 잘 맺으면서 출발하는 분위기여서 다행이다. 앞으로 창의적인 연구 수행을 위해 최대한 자율적 분위기와 탄력적 경비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연구년제를 우수 교사에게만 보상 의 기회로 주기보다 다수의 평교사에게도 고루 기회를 제공해 서로가 'win-win'하며 함께 성장하는 동료장학 풍토 조성에 기여하면 좋겠다.

다양한 견문을 넓히기 위해 타시도 교사들과 다양한 협력네트워크가 필요하고, 1년간 학교를 떠나있는 리감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 교사가 자발적으로 해외 체험, 세미나 경험을 짧게나마 본교에 전달 연수를 하는 등 어떻게든 학교와 연결 고리를 맺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2010년 시범 운영 때는 전국 단위로 운영된 덕분에 부산, 경북, 경기, 울산 연합팀을 구성하여 북유럽체험단을 꾸릴 수 있었고, 연구년이 끝난 지금까지도 ‘늘곁’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타시도의 정보를 공유하고 꾸준히 교류하는 값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해진 코스대로 연수를 받아왔었다. 하지는 연구년제는 정해진 코스가 없다.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든 것을 자기가 계획하고 탐색하고 움직이며 몸소 부딪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연수보다 힘든 과정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기획하고 탐색할 수 있는 자유로움은 학교 현장에서는 도저히 누릴 수 없는 특혜이기에 연구년제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해볼 만한 경험인 것 같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