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에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1998년에 태어난 ‘IMF 둥이’들이다. 경제 한파 속에 출생한 IMF 둥이가 중학교에 입학해 처음 느끼는 것은 개정 교육과정으로 인한 혼란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중앙정부나 시·도 교육청의 기준 및 지침에 의거해 운영되던 경직성을 탈피해 단위학교 차원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특히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군과 학년군, 집중이수제 등을 도입해 운영하는 것을 큰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교과(군)별 수업시수 증감을 허용해 교과 이수시기와 수업시수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단위 학교에 부여한 것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와 더불어 학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 줌과 동시에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한 학습 강화 등도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특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된 학교현장은 어떤가? 학교현장에서 혼란이 있는 부분은 교과군에서 학기당 8개 교과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단위학교에서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수 없고,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게 한 강제 규정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집중이수제다. 올해 갓 입학한 중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한결같이 교과군과 학년군, 집중이수제의 피해가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일부 학교에서 사회/도덕 교과군에서 사회 과목을 2학년에 모두 이수하고 도덕을 1학년에 이수하게 해 3년 동안에 학습해야 할 교과목을 1년 동안에 집중이수함으로써 나타나는 문제다. 교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교사는 교사들대로 학생들과 학부모들 역시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과목을 1~2학년 때 집중이수시키고 있기 때문에 3학년 때는 학생들의 체력과 심미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집중이수제로 인한 더 큰 문제는 전학생들의 경우 음악이나 미술 등 예체능 과목을 비롯해 도덕이나 사회 교과도 이수하지 못하고 졸업할 수밖에 없는 현상에 대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일부 조사에 의하면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영·수 중심으로 편성 운영되어 선택과목인 제2외국어와 한문교과 등을 제대로 배우지 못 할 뿐 아니라 국·영·수를 제외한 과목은 상대적으로 축소 운영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교과에 대한 편식이 심하다는 현실을 정부만 모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영·수 편중 현상이 심해지면 선택과목과 예체능 등 비인기 과목 수업을 유지할 수 없게 돼 결국 전인교육이 불가능해진다. 동시에 학기, 학년 간 시수의 불균형으로 순회교사와 겸임교사, 상치교사의 증가를 초래하고 교원 수급의 불확실성으로 교육의 질 저하가 심각히 우려된다.
또 교과서도 문제다. 아직 개편되지 않았기 때문에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와 더불어 학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 준다는 차원에서 출발했지만 학습 부담을 줄이기보다 학생들에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학기당 8개 교과 이내로 한다’에서 ‘편성할 수 있다’라고 수정 고시해 학교 자율성을 확보하도록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대란 속에 태어난 ‘IMF 둥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정부 당국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