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첫 초등학교 통폐합 계획이 추진 2년 만에 최종 결정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주민 반대 등 이유로 무산될 개연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은 이르면 이번달 정책 자문 기구인 학교신설위원회(가칭)를 구성해 강남구 일원동의 대청·영희초를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시교육청 측은 공정택 전 교육감이 재직하던 2009년 당시 대청초가 학생수가 계속 크게 줄자 서울 최초로 인근의 영희초와 학교를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 전 교육감이 물러나고 곽 교육감이 당선되는 과정을 거치며 최근까지 주민 여론 조사 이후로 관련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추진이 어느 정도 된 사안인 만큼 위원회가 타당성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학부모 등 주민과 강남 교육지원청(강남 지역의 초·중·고를 감독하는 기관)의 견해를 중요하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청초 학부모의 여론이 대부분 통합에 부정적인데다 강남 지원청도 '소규모 학교가 문제가 안된다'는 견해를 보여 이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청초의 황장범 교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없어지는 것이 싫다는 학부모들이 당연히 많고 아예 통폐합이 무산된 것으로 아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강남 지원청의 박순만 교육장도 "학교 주변의 환경이 바뀌어 다시 학생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데다 단순히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학교를 없앨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곽 교육감도 각종 주민 특강에서 도심지 공동화와 저출산 등으로 생기는 시내 '미니 초교'를 대안 교육 실험 등에 활용하는 것이 더 좋다며 소형 학교 존치에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청초는 1993년 20학급으로 개교했으나 현재 13학급(특수학급 1개 포함)에 전교생 230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학급수가 통상 30~40개인 인근 강남지역 학교에 비해 규모가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