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등학생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컴퓨터와 인터넷을 창의적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이원규 교수(컴퓨터교육학) 연구팀은 전국의 초교생 재학생 4만여 명을 대상으로 'ICTC(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Competency 정보기술 활용 역량) 테스트'를 한 결과 학년이 올라갈수록 최하 성적을 받은 학생비율이 대폭 증가하고, 평균점수도 낮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ICTC는 정보화 기술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뜻하는 국제 교육 용어로, 우리 정부는 2001년부터 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과과정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2007년 9월 학생들을 1~2학년 / 3~4학년 / 5~6학년의 세 그룹으로 나눠 온라인 시험을 치게 한 이후, 이들을 점수에 따라 '우수', '평균', '평균 이하'로 분류했다.
평균 이하 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1~2학년 그룹에서는 18.5% 였으나, 3~4학년 그룹은 35.6%, 5~6학년 그룹은 44%에 달했다. 절반에 가까운 초등학교 고학년의 IT 활용실력이 평균 이하라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수 등급 비율은 1~2학년 그룹이 22.5%였지만 3~4학년 집단은 12.4%, 5~6학년 집단은 3.5%으로 떨어졌다.
시험 세부 영역별로는 '알고리즘 & 모델링'의 성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순서도와 분류법 등을 통해 정보가 가공·처리되는 원리와 논리를 이해하는지를 검증하는 분야다.
이 영역의 평균점수(100점 만점)는 1~2학년이 57.6점이었으나 3~4학년은 48.1점, 5~6학년은 36.7점까지 떨어졌다.
반면 기기나 IT서비스의 작동 지식을 평가하는 '컴퓨터와 네트워크'와 PC·인터넷 예절과 규범을 묻는 '정보화 사회와 윤리' 영역은 성적 하락의 폭이 비교적 적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고학년이 될수록 인터넷 서핑과 게임 등 단순한 사고만 필요한 IT활동에 많이 노출되는데다, 창의적인 IT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여건이 부족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 IT교육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만큼, 논문 당시(2007년)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 지금의 현실이 더 나아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처럼 전산 인프라가 뛰어난 곳에서 IT교육이 여전히 기술적인 영역으로만 오해돼 안타깝다. 학생들이 경영학과 인문학, 자연과학 등 여러 영역에서 IT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초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조사는 현재까지 국내 초등학생의 ICTC를 전국 단위로 측정한 유일한 사례로, 연구진은 이 내용을 다음달 국외 학술지인 '컴퓨터 앤드 에듀케이션(Computer & Education)'에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