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성태제)에서 열린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정책 현황 및 전망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호주, 캐나다, 핀란드, 영국, 프랑스, 일본과 우리나라 교육과정 전문가들은 “향후 국가 경쟁력은 교육과정 정책의 성패에 달려있다”며 “적절한 지식 전달과 행복하고 즐거운 교육과의 조화는 그러나 매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7개국 교육과정 정책 전문가의 공통적인 고민을 정리했다.
(1) 창의성, 어떻게 평가할까
영국은 2002년 1.1억 파운드를 들여 ‘창의적 학습’의 개발을 지원, 예술가들을 학교로 끌어들이는 ‘창의적 동반자제도’를 도입했다. 호주는 2008년 멜버른 선언, 프랑스도 2005년 ‘학교의 미래를 위한 방향성 및 프로그램에 관한 법률’을 통해 창의적 사고와 문화적 소양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틴 백스터 영국교육과정재단 이사는 “창의성이 미래교육의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 요소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지만 평가 문제에 봉착하면 교사들의 불만은 거세진다”며 “창의성 평가에 대한 고민은 여기 모인 사람들이 풀어야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2) 학교에 교육과정 자율권을 주라
마틴 백스터 이사의 “국가교육과정은 최소한의 기능만 담당하며 교육과정 개혁은 아래로부터 이루어져야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학생요구에 맞춘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호주, 수업시수 20% 자율 편성을 포함한 2009교육과정 개편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 등 각국 모두 위로부터의 개혁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교육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핀란드 역시 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요우니 벨리예르비 핀란드교육연구소장은 “2004년 교육개혁을 통해 학년별 주당 수업 시수 편성을 탄력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며 “학교에 교육과정 자율권을 준 것이 핀란드 교육 성공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3) 교사를 신뢰하라
일본, 영국, 캐나다의 대표들은 “교사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면서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캐나다 온타리오 교육연구소 장은희 교수는 “교사들은 늘어난 책임으로 인해 교수법을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며 “변화를 기다리지 말고 교사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히로시 카미요 국립교육정책연구소 교육과정연구센터장은 “교육이 정치가의 입김에 영향을 받으면서 교사의 역할이 줄어들고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며 “교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일본의 인성교육은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4) 역사, 예술, 기술, 그리고 체육
호주는 유치원부터 역사, 과학, 지리, 기술을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 주도 영어, 수학, 과학기술, 체육, 사회, 역사지리, 예술이 초등 필수 교육과정이다. 프랑스는 감수성과 문화적 표현 능력을 국가적 표준으로까지 정해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올 4월부터 초등을 시작으로 시행되고 있는 일본의 ‘2008 학습지도요령’은 도덕을 교육 서문에 추가하고 애국심 조성을 위해 역사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마틴 백스터 이사는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 교육과정은 결국 과거로의 회귀”라며 “생활 필수 기량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5) 다문화교육은 선택 아닌 필수
단일민족 국가로 꼽히는 핀란드조차도 다문화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등 국제화 시대의 다문화교육은 공통 화두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되어 가고 있다. 이민자가 많은 호주와 캐나다는 다문화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다. 전체인구의 18%가 영어와 불어를 사용하는 캐나다는 물론 호주, 영국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안소니 메케이 호주교육과정평가보고위원회 부회장은 “아시아계 이민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 중국어, 일어, 인도네시아어 중 하나를 반드시 배우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