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이 주도해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한 공청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반대의견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과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의 혼란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논리적인 질문에 당황해하고 있는 분위기다.
24일 서울고에서 열린 강남교육지원청 순회 공청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인권이 존중돼야 하지만 지나치게 학생들의 인권만 강조되는 점을 경계했다.
이성철 학사모 대표는 “벌, 두발․복장 자율화, 야간학습 등 정책적 사안을 조례에 담으려 한다”며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교육에 끌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생인권을 논의하기에는 학생들의 여건이 아직 성숙돼 있지 않다”고 말했으며, 다른 참가자는 “학생인권이 중요하면 교사들의 인권도 같이 존중돼야 한다”며 “이같은 제도적 장치가 균형있게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인권만 추진하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육용희 어린이책시민연대 관계자는 “학생의 학교 참여 보장이 학생을 존중하는 문화의 시작”이라며 조례제정에 찬성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 관계자는 “지역별 순회 공청회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엇갈리지만 학생인권조례에 부정적인 입장이 더 큰 것은 사실”이라며 “공청회 결과를 종합해 경청할 의견을 수용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을 해명하며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저항은 이미 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경기도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17일 경기도 교육청에서 열린 김상곤 교육감과의 간담회에서 학부모들은 자율학습 제한이나 체벌금지 등으로 인해 자녀들의 교육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 대표는 “인권조례 제정이후 교사가 등을 때렸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교사들의 권리가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여학생 교복이 너무 짧아 민망할 지경인데도 규정이 없어서 지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금 학생인권조례 제정이후의 현실”이라며 “교사들이 인권조례 제정와 체벌금지 이후 학생지도에 손을 놓고 있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밤 10시가 청소년들에게 의미있는 시간의 한계”라며 자율학습 10시 제한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학생지도와 관련해 “체벌금지로 학생지도에 손 놓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며 “교사들이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학생인권조례와 체벌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인권조례 시행과 관련해 김 교육감은 “초기에 학생들이 인권조례를 들먹이는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정돼 가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