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발표된 서울시교육청의 ‘학교장경영능력평가계획(안)’을 접한 일선 교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교육청 측에서는 학교장경영능력평가가 실시되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국영수 위주의 편법운영은 줄어들고 학생 구성원에 대한 의견수렴을 통해 학교장의 민주적 리더십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평가배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배점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일관된 목소리다.
광진구의 한 중학교 교감은 “기본적으로 학생은 배우는 입장이고, 아직 성숙해 가는 과정에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감정적인 평가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고, 학부모평가도 학교의 실정을 정확히 이해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목소리 큰 학부모에 의해 결과가 좌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구로구의 한 중학교 교사도 “학생인권이나 체벌금지 등으로 인해 학생들의 권리가 지나치게 커져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평가권한까지 준다면 학교장이 소신있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용산의 한 고교 교사는 “학부모와 학생의 경우 교장의 경영방침, 철학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표리적인 것만 보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은데, 평가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이들의 의견이 과대 반영될 공산이 크다”며 “자칫 학교장이 ‘포퓰리즘’에 빠져 학생과 학부모의 눈치나보면서 ‘점수따기식’으로 경영한다면 학교교육은 엉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평가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평가항목을 보면 학생자치활성화, 친환경 식자재구매비율, 체력 4~5등급 감소율, 학생인권보장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중·고교 학생만족도 부분에서는 학력신장과 관련한 항목은 2개밖에 없는데 반해 현재 현장에 착근 중인 정책적인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강북의 한 초교 교장은 “도대체 이같은 평가는 학교경영을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교육청의 정책 추진실적을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지나치게 교육청의 정책적 내용이 많이 들어있어 학교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역의 여 초등 교감은 “교육청이 내놓는 정책들이 발표할 때마다 현장과 동떨어진 설익은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이 아직 현장에 착근하기도 전에 평가부터 하겠다는 것은 교육청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견을 반영해 한국교총은 13일 즉각 논평을 내고 “계획대로라면 학교장이 지역 실정과 학교현실에 적합한 학교경영을 의지를 갖고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된다”며 “교육청은 학교장이 소신과 책임을 가지고 학교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장에게 권한을 주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교육청은 외부평가위원을 구성해 사전연수를 거친 뒤 11~12월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며, 평가결과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보·전직, 초빙·공모, 교장평가, 중임심사, 성과상여금, 표창 등 다양한 인사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