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1 (월)

  • 구름많음동두천 12.3℃
  • 맑음강릉 10.0℃
  • 구름조금서울 14.6℃
  • 흐림대전 16.2℃
  • 흐림대구 12.6℃
  • 흐림울산 11.5℃
  • 박무광주 17.2℃
  • 구름조금부산 13.1℃
  • 흐림고창 16.1℃
  • 흐림제주 17.0℃
  • 맑음강화 12.9℃
  • 맑음보은 13.2℃
  • 흐림금산 15.2℃
  • 흐림강진군 15.4℃
  • 흐림경주시 11.3℃
  • 흐림거제 13.4℃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칼럼> 초등 6학년 교실에서 느끼는 격세지감

최근 한 일간지에서 ‘교실이 무너진다’라는 기획특집을 5회에 걸쳐 다뤘다. 주로 초·중·고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힘겨운 현실을 문제점으로 제시하고 5회 차에서는 ‘교실붕괴를 막으려면’이라는 소제목으로 5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어쩌다 교실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 글을 읽는 동안 한 교원으로써 착잡한 마음에 가슴이 답답해 옴을 어찌할 수 없었다.

교실 교육과 관련해 두 가지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하나는 선배 교사가 겪은 일을 전해 들은 것이고, 두 번째는 인근 학교 6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1970년대 후반,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 장관 한 분이 찾아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담임교사로부터 학교를 방문해 달라는 전갈을 받고 학교에 불려 온 것이다. 초등 6학년 아들이 말썽을 부리며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해 버릇을 고치고자 아버지를 불러 상담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버지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담임교사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이후 아들은 행동이 달라져 겸손한 태도로 무난히 6학년을 마쳤다는 이야기다.

2010년, 역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 한 어머니가 찾아왔다. 이분 역시 말썽을 부리는 6학년 아이의 담임교사가 상담을 요청해 학교에 불려온 것이다. 성실하지 못한 아이의 학교생활과 다른 아이들에게 해를 입히는 등의 바르지 못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이를 바로 고치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했더니, 학부모는 그럴 리가 없다고, 자신의 아이를 두둔하며 왜 우리 아이만 문제 삼느냐고 따지더란다. 이에 담임교사가 그동안 해왔던 아이의 학교생활 지도 기록을 보여주며 읽어보라고 했더니 그제야 마지못해 수긍하더라는 얘기다.

명심보감(明心寶鑑) 훈자(訓子)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안으로 현명한 부모형제가 없고, 밖으로 엄한 스승과 친구가 없다면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內無賢父兄하고, 外無嚴師友而能有成者鮮矣니라) 가정에서의 현명한 부모님, 학교에서의 엄한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아이들이 자라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아이들을 키워내는 일에 어디 부모 따로, 선생님 따로가 있을 수 있겠는가. 이 두 가르침을 받아서 아이들은 바르게 성장하지 않을까.

아버지를 장관으로 둔 아들이 아버지를 믿고, 세상에 자기가 최고인 양 위세를 부렸을 것으로 생각한 아버지는, 선생님이 아버지보다 더 높은 분이라는 것을 아들 앞에 보여줌으로써 못된 버릇을 고칠 수 있었다.

이런 아버지가 존재하던 그 시절, 그때는 6학년을 담임하려는 선생님이 많았다. 6학년을 가르쳐 졸업시키는 일이 큰 보람이자 기쁨이고 미래를 예약하는 재산이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초등 6학년 교실은 힘들다는 담임교사의 푸념이 하늘을 찌른다.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 생활지도 때문이다. 매 학년 초 6학년을 담임하겠다는 선생님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무너진 교실의 실상을 걱정하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교육이 문제라며 예의범절을 가르쳐야 한다고,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썼다.

모 일간지에는 어느 퇴직 원로교사의 일인시위가 크게 보도됐다. 문구를 보니 ‘선생님이 신나야 아이들이 신난다’이다. ‘선생님 먼저’를 말하면 눈총 받는 요즘이다. 하지만 어쩌랴. 선생님이 신나야 교실이 사는 것을. 이런 일을 보면 가슴이 저리고 교육자로써의 외길 30여 년을 걸어온 지금 답답한 마음과 함께 격세지감을 느낀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