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축구, 야구 등 주말리그’, ‘운동하는 학생선수 프로그램’, ‘스포츠 클럽’ 등을 추진하면서 학교 체육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내년부터 주5일수업제가 사실상 전면 시행되면 토요일은 ‘스포츠 데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운동선수와 일반학생으로 완전히 2분화 됐던 학교 체육은 이제 ‘공부하는 학생선수, 운동하는 일반학생’이 서로 융화되고,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이 운동도, 공부도 열심히 건전한 마인드와 건강한 육체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학교 체육을 둘러싼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 사례와 정책, 전문가 시각 등을 통해 살펴봤다.
성적이 떨어진 학생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고교 축구부. 수업을 받고 훈련을 한 뒤 다시 보충수업을 하는 초등학교 운동부. 지난 해부터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부하는 학생선수 시범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학교 운동부의 새 바람이다.
이 프로그램은 ‘공부하는 학생선수’ 뿐만 아니라 ‘운동하는 일반학생’까지 포함한 정책으로 지금까지 학업은 뒤로한 채 경기력 향상에만 집중하던 운동부의 관행을 깨는 것은 물론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으로 부진했던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 참여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지난해 1월 전국 12개 초·중·고를 시범학교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데 시범운영이 1년을 넘어서면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1승을 향한 일반 학생들의 도전(서울 상문고) = 한 때 서울대 야구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반 대학생들로 구성된 야구부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준프로급의 다른 대학 야구부가 참가하는 대회에서 연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모습은 TV CF 소재로 쓰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바로 이 무모한 도전을 서울 상문고가 재연하고 있다. 지난 시즌 기록은 18전 전패. 4득점에 242실점. 서울 동부권역 최하위다. 하지만 학생들은 축구 때문에 즐겁다고 말한다.
지난해 교과부로부터 ‘공부하는 선수 시범학교’로 선정된 12개 학교 중 운동부가 없던 유일한 학교였던 상문고는 일반 학생들을 모집해 축구부를 만들었다. 반에서, 동네에서 ‘꽤나 공 좀 찬다’는 학생들이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만 해온 다른 학교 축구부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리그 운영 상 골득실 상황을 염두해둬야 했기 때문에 다른 학교 축구부는 상문고를 봐주지 않았다.
1년 리그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처참했지만 학생들은 즐거웠다. 학생들은 이 즐거운 게임에 계속 참가하려면 ‘성적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규칙에 미달하면 경기에 나가지 못한다. 실력이 있어도 ‘후보 선수’가 되는 것이다. 학교는 훈련이 끝난 뒤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지 않게 도왔다.
이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축구부를 운영하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운동을 하면 공부시간을 뺏긴다’는 상식을 뒤집는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전교 200등대 학생들이 100위권으로 들어오는 것은 기본이고, 전교 40등까지 성적이 오른 학생도 있다. 이 학생은 장차 스포츠에이전트가 꿈이라며 밝히고 있다. 또 다른 학교에서 상문고로 전학 온 학생은 전교 547등에서 100위권으로 들어와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목표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축구부 창단 때 영입된 김응규 코치는 “학생들이 ‘운동 때문에 성적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경기 오산 성호초) = 역시 교과부 시범학교 중 하나인 경기 오산 성호초는 방과후 학교를 통한 축구부 학업지원을 통해 상문고와 비슷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학생선수들은 일반학생과 같이 수업을 듣고 훈련을 한 뒤 다시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업을 보충하고 있다. 성과는 운동과 학업에서 모두 나오고 있다. 학년 평균 이하의 학생들이 평균보다 높아지고 있으며, 주말리그에서는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외에도 성호초는 일반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풋살, 복싱, 배드민턴, 씨름 등 많은 스포츠클럽을 통해 학생들의 건전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것.
학교 관계자는 “다양한 스포츠클럽을 통해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하게 되면 뇌혈류 활동이 20%이상 증가돼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이 공부도 잘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