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선거후보 단일화 과정을 둘러싼 파장이 증폭되는 가운데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지난 7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교육감 직선제 폐지 등 교육감 선거 보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안 회장은 “교육경력이 없어도 교육감 입후보가 가능해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렇게 직선제로 선출된 일부 교육감이 노골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등 폐해가 큰 만큼 직선제 폐지 범국민운동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때만해도 교육계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난달 27일 곽 교육감 사태가 불거지면서 정치권을 비롯해 직선제의 문제점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단 오찬에서 “시장 후보가 교육감 후보와 파트너를 이루는 공동등록제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직선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점진적 개혁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기호에 따라 당선 된다며 '로또 교육감'a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히 돌지 않나”라며 “공동등록제는 이런 부작용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우선 내년 4월 세종시 교육감 선거에 도입해보고 가능 여부를 검토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감 공동등록제는 지난달 5일 충북대 한국지방교육연구소에서 교과부 후원으로 열린 세종시교육감 선출방식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최영출 충북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종전 교육감 선거과정이 지나치게 고비용 구조인데도 투표율이 낮고 주민의 무관심을 받고 있으며 교육감이 시도지사와 갈등을 빚는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후보자 공동등록제를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난달 29일과 30일 한나라당 정두언, 박영아, 조전혁 의원 등이 차례로 직선제의 폐단을 지적하며 간선제, 임명제, 러닝메이트제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육감ㆍ교육의원을 광역자치회의 동의를 얻어 광역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기 위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으며, 정희수 의원도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바꾸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각 시도지사가 시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등록제 등 직선제 보완론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우선 지방교육자치법이 규정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에 대한 우려다. 교육감 후보가 정당에 소속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정당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치색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교육감을 시도지사가 임명하거나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면 교육에 정치가 개입하게 된다"며 “교육자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교과위 위원장인 변재일 의원도 “직선제가 문제점은 있지만 교육이 정치화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교육감 후보 공동등록제라는 선출방식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교육계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교육의 정치중립성을 넘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교육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동등록제는 = 교육감후보자와 시장후보자가 공동으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도 공동으로 하는 방식이다. 유권자는 별도의 투표용지와 투표기호(시장 1명, 교육감 1명)에게 각각 투표하되, 공동등록 후보자에게 동일한 투표기호를 부여한다. 교육감 후보자의 투표용지 게재순위는 시장 후보자의 게재순위와 같게 하고, 각 투표용지의 성명 및 괄호 안에 공동출마 사실을 기재한다. 이 같은 공동등록제는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할 때 큰 참고사항이 되고, 공동 선거운동으로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연계ㆍ협력을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투표기호와 투표용지 게재순서를 같이해 시장후보와 교육감 후보를 연계해도 투표 결과 공동등록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현행 주민직선제의 문제점이 되풀이되고, 근본적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위헌시비도 피해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