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 (금)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칼럼> 무관심 속에 묻힌 우리 역사

가슴 아팠던 "Welcome to China"
우리 땅을 통해 천지에 오를 날이 오길

보훈교육연수원에서 실시한 ‘나라 사랑 직무 연수’의 일환으로 5박 6일 간 러시아·중국 문화유적 답사를 다녀왔다. 연해주와 만주를 중심으로 국외독립운동의 자취를 따라가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니 비행기로 2시간 남짓한 곳에서 유럽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지만 러시아가 베이징조약으로 연해주를 차지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명도 블라디보스토크(동방정복)는 아니었을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초라한 비석을 보며 이곳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을 선조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발해의 옛 성터였다. 성곽 유물이 남아 있지는 않았으나 주춧돌이 몇 개 발견된 지역으로 옛 발해의 솔빈부에 해당한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넓게 펼쳐진 초원을 보며 당시 발해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상상해보았다.

국경을 통과해 중국에서의 첫 일정은 길림성 용정시에 있는 용정중학교(옛 대성중학교)였다. 옛 모습을 재현해 놓은 교실이 인상적이었다. 마침 당시 교복을 입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나도 당시 교복을 입고 학생처럼 책상에 앉아 사진을 찍고 근방의 서전서숙 터에 들린 후 버스에 올랐는데 가방이 없었다. 일행과 떨어져 중국 공안차에 올라 여권이 든 가방을 찾으러 용정중학교로 다시 향했고 다행히 여권과 가방을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 그 때 중국 공안이 계속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여권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중국 공안이 고맙기는 했지만, 계속된 감시 속에서 우리 문화유적을 둘러보아야 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드디어 백두산으로 간다. 지리교사로서 화산 지형과 빙하 지형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셔틀버스를 타고 장백폭포로 알려진 비룡폭포로 향했다.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U자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절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멋진 폭포와 내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옆에 있던 중국인에게 촬영을 부탁했다. 사진을 찍어준 후 그 중국인이 나에게 말했다. "Welcome to China." 그가 아무렇지 않게 남긴 말이 내 가슴을 때렸다. 중국인들에 의해 개발되고 장백산으로 불리는 우리 겨레의 영산 백두산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우리가 지켜야 할 땅은 비단 독도뿐만이 아니리라. 백두산에 오르는 외국인들에게 "Welcome to Korea!"를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염원한다.

비룡폭포를 본 후 곡예 하듯 달려가는 지프에 몸을 싣고 백두산 천지로 향했다. 봉우리에 올라서 본 천지의 모습이 경이로워서 인파 속에서도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셔터를 바쁘게 눌렀다. 그러다보니 정작 천지를 가슴속에 담을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중국을 통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우리나라 땅을 통해 천지에 오르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다음날은 발해 성터를 답사하기 위해 발해 마을로 갔다. 그 곳에서는 중국이 발해성을 복원하고 있었다. 우리 발해의 역사 유물을 발굴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참여는 물론 구경도 못하게 했으며 조선족들도 철저히 배제했다고 한다. 게다가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당나라의 지방정권 정도로 소개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진을 찍자 중국인 관리자가 나타나 일부 지역의 사진촬영을 막았다. 중국인은 촬영이 가능한 곳인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고 항의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몰래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우리 문화 유적지를 숨어서 찍어야 하는 현실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러시아에서 폐허가 된 발해 유적지를 보는 것도 마음이 상했지만 발해의 유적이 중국인의 손으로 발굴·복원되는 모습은 더 안타까웠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APEC회담을 개최하는 등 연해주 진출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발해와 고구려의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조선족을 동화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은 5박 6일의 짧은 기간 동안에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 미래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루 빨리 평화 통일을 이루고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겠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