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EBS 연계'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과학기술위와 정무위 국감에서 교실수업 획일화와 교재 오류 등이 공통으로 지적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EBS,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3월 수능 문제를 EBS 강의 및 교재에서 70% 출제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까지 “EBS 수능강의만 충실히 들으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EBS 연계 70%’는 평가원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험생들에게는 ‘허탈감’을, 교사에게는 EBS 교재 전달자라는 ‘무력감’만 남기고 사라지는 듯 했다. 이에 교과부는 ‘만점자 1% 수능’이라는 세분화된 기준을 제시, 올해는 확실히 ‘쉬운 수능’으로 연계 정책의 효력을 살리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그 결과 고3교실은 다시 ‘EBS 교실’이 됐다. 교과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광주 지역 고3 교실의 경우 78.4%가 정규수업에 EBS 교재를 사용 중이며, 다른 지역도 50%가 넘는 교실에서 EBS 교재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해규 의원(한나라당)은 “보충수업 시간도 아니고 정규수업 시간이 EBS 교재 문제풀이식 입시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문제”라며 “창의와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학교현장을 EBS 획일화로 몰고 가는 것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재 오류에 대한 불만도 높다. 정무위 김영선 의원(한나라당)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EBS 수능 교재 오류 건수는 2007년 57건을 시작으로 2008년 66건, 2009년 77건, 2010년 561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7월까지 258건을 기록하는 등 작년 EBS 연계 70% 발표 이후 오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BS는 지난달에도 수능 대비 강의교재에 무더기 정답오류와 오탈자가 발견돼 이를 수정하는 소책자까지 배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EBS 교재 감수 시 1차적으로 감수자 한 명이 2주 동안 3권의 교재를 감수해야 하고, 2차 감수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감수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본적인 감수 인프라조차 갖추지 않은 채 수능시험과의 연계부터 추진한 것이 문제”라며 “EBS 강의와 교재의 질, 감수인력 확충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수능 연계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김 의원은 “수능 연계율을 70% 이상으로 높인다는 정부 발표 후 고3 교실에서 학교 수업을 경시하는 풍조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EBS 교재 연계율을 높이는 것 외에 근본적인 수능출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곽덕훈 EBS 사장은 27일 교과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교재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교재개발 시 수능출제처럼 3박4일 간 집필진과 검토진이 합숙하면서 지문과 문항을 검토해 수정 방안을 마련하는 ‘합숙형 집중 검토’ 방식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수능 연계교재 품질관리단을 발족해 교재품질 ISO(국제표준화기구) 인증, 웹기반 교재 개발관리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라며 “고품질ㆍ무오류 교재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