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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빨리, 많이’ 에서 ‘즐기며, 깊이 있게’ 읽기로 전환해야

① 학교 독서교육의 현 주소



우리나라 학생 독서량 월평균 2.75권
상위5% 읽기능력 OECD국 중간 수준

▨ 우리나라 학생, 책 얼마나 읽을까=OECD에서는 국가별 1인당 평균 독서량을 조사해서 매년 발표해 오고 있다. 2010년 통계 결과는 월 평균 미국6.6권, 일본6.1권, 중국2.6권 등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월 평균 0.8권을 읽어 OECD 국가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인도의 월 평균 10.7권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이 수치는 청소년을 포함한 수치이다.

문화관광부에서는 매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하면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평균 독서량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 오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2010년 기준으로 한 학기에 평균 16.5권을 읽는다. 월 평균 2.75권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외국 학생들에 비해 책을 얼마나 읽을까? 아쉽게도 동일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동일한 조건에서 ‘학생 독서량’을 측정한 통계치는 찾기 힘들다. 각 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통계치를 비교해 보고 그 상대적인 수준을 짐작할 뿐이다. 다만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는 PISA 결과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OECD 국가 학생들 중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독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PISA 결과 보고서에서는 읽기 능력에 대한 국가별 수준뿐만 아니라 독서 및 독서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지표들을 함께 발표하고 있다. 이 지표들에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독서 실태가 어떠한지에 대한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상위 5% 학생들과 상위 10% 학생들의 읽기 소양(Reading Proficiency)이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 학생들이 최상위권인 것은 분명하지만, 상위 5% 및 10% 학생들의 성적은 그렇지 않다. 이는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순위는 대한민국이 공동 2위이지만, 상위 10% 집단(그림의 90%)의 경우 우리나라 보다 점수가 높은 나라가 7개국, 상위 5% 집단(그림의 95%)의 경우는 8개국이다.

평균 점수는 분명 높은 수준이나, 상위권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다. 상위권 학생들이 보다 많이 사회 지도층으로 진입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독서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님을 보여준다.

초등 즐거운 책 읽기, 중학 독서의 생활화
고교 입시초점 둔 독서와 토론, 논술 병행

▨ 독서교육 잘 하는 학교의 독서교육 실태=한국교육개발원은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독서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판을 받는 학교의 독서교육을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강원 속초 청대초(교장 양승범)의 경우 학생들에게 의무나 경쟁을 부과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즐거운 책 읽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학교의 지원은 교사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교육 연수나 동아리 활동 지원 등에 집중되었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학부모들이 기꺼이 학교 독서교육에 참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편으로 학교장을 비롯한 모든 교사들이 독서 교육 방향과 방법에 합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 대신여중(교장 이경남)은 자기주도학습과 독서를 연계해 학급 단위 독서를 활성화하고 있다. 여러 독서 관련 동아리가 각자 다양한 활동을 펼침으로서 ‘독서’라는 한 가지 고리로만 머물러 있지 않고, 다른 교육 활동과 독서가 여러 방식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지원하고 있다.

서울 노원고(교장 김태수)는 학생들이 충분히 독서 관련 활동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 성숙되어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자율적이며 다양한 독서교육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입시 부담에도 불구하고 경쟁 구도를 강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눈에 띄는 원칙 중 하나는 일회성 행사 위주의 독서교육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 학교 급별 특성을 종합하면, 독서교육 목적의 경우 학교 급별 특성에 따라 초등은 즐거운 책 읽기를, 중학교는 독서의 생활화, 고교는 입시에 초점을 둔 독서와 토론, 논술을 병행해 실시하고 있었다. 독서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초・중・고 모두 학교 어디서든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는 학생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독서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음을 뜻한다. 시설 면에서는 역시나 모두 매년 많은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었다. 학부모의 독서교육 프로그램 참여 유도, 학교홈페이지를 통한 독서 활성화 등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특히 아침-수업 중-방과 후까지 연계될 수 있는 교과연계 독서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고등학교는 진로와 관련된 독서교육도 추진하고 있었다.


“자기주도적 독서법 가르쳐야”
김순남 KEDI 창의경영학교특임센터장




“지식기반 사회에 요구되는 학습 방법은 지식 자체의 습득이 아니라 자기주도 학습이에요. 독서도 마찬가지죠. 책은 무조건 읽으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해요."

김순남 KEDI 창의경영학교특임센터장(사진)은 우선 독서도 자기주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자신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이고, 그 책에서 무엇을 얻어낼 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독서에 책임을 지며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독서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며 김 센터장은 “이제는 독서의 질과 즐거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설명이다.

“독서량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제대로 읽고 있는 지에 교사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빨리/ 많이’ 읽기보다는 ‘즐기면서/ 깊이 있게’ 읽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학교 급이 올라갈수록 독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 않는 이유를 김 센터장은 수업과 독서를 별개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시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교과 따로 독서 따로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기획을 통해 속까지 꽉 찬 학교 독서교육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교과 수업과 연계된 ‘교과 독서’는 국어과에만 한정되지 않아요. 교과 내용 학습을 학생들이 쉽고 폭넓게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떤 연계도 가능해요. 독서를 매개로 범교과적 창의적 학습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사례들을 소개하려고 하니 현장의 변화를 선생님들이 주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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