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회의 포스터에 쥐를 그려놓은 것에 대해 그 쥐가 대통령이라며 정말 쥐를 닮았고 하는 짓도 쥐처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3 고○○) “사회 선생님은 한․미 FTA나 광우병 집회에 학생들을 데려갔습니다. 4대강 집회는 당연한 것이고요. 야간자율학습을 빼주는 것은 물론 1년 전에 선생님 반 애들과 집회에 가서 밥도 먹고 맥주도 마셨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이야기 했습니다.”(고3 최○○)
16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정치 편향 교사의 문제점’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학생들이 쏟아낸 수업 중 교사의 정치적 편향수업(이하 이념수업) 사례는 충격적이었다. “이렇게까지…”라며 토론회 참석자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난, 지역감정적 발언, 양극화 선동 등으로 가득한 수업내용이 인터넷을 달군지 한 달. 교사의 개인 잣대에 따른 그릇된 역사관을 주입하는 수업사례 공개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계성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공동대표는 “30여년 교단에 있으면서 이런 일을 일상적으로 봐왔다”면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2004년 이념수업으로 중징계를 받은 고교교사의 소청심사 청구기각 사례나 2005년 교원노조 수업자료의 이념 논란 등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큰 이슈가 되지 못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계성 공동대표는 “이념수업은 인권조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인권조례가 통과되면 이들 이념수업 교사들에 의해 학생들은 촛불시위의 선동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영주 국가정상화추진위원장은 “초중고 12년 동안 한두 번만 이념 수업에 따라 의식화 학습을 받게 되면 성인이 돼서도 SNS를 통해 접하는 FTA 괴담 같은 것에 쉽게 빠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먼저 기억회로에 들어온 정보가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초두효과(Primacy Effect)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도 “이념수업은 장기적 폐해는 제쳐두고라도 그 자체로 비교육적”이라고 딱 자르면서 “교실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프랑스 등 상대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너그러운 선진국에서도 수업 중 교사의 정치발언에 대해서는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송요원 서울 서초고 교사는 “미국 교사들의 편향적 발언은 학부모 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법원에서도 수업의 ‘균형성’을 최우선 판결기준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념수업을 교실에서 어떻게 몰아내야 할까. 혹자는 이념수업을 공개적으로 제보 받는 인터넷 사이트를 해결책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학주 경인교대 교수는 “수업제보 유도는 자칫 교사와 학생 간 신뢰관계를 깨뜨려 갈등만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념수업도 결국 교육문제이므로 학교 내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공동체가 참여하는 자체 수업점검시스템을 도입해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수업지도를 하고, 관련 법령 및 처벌규정 명료화, 예비교사 및 교사 연수의 강화 등을 통해 강제와 예방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은 “교실 내 정치·이념수업은 있을 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념수업 퇴출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