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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금상 당선 소감> 먼 훗날 언제쯤

살다보면 아주 가끔 행운이 찾아드는 모양입니다. 작년 연말 정말 뜻하지 않게 교단수기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슴 속 한 구석에 늘 앙금처럼 남아있던 삼박사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쓴 것이었는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되다니···. 어떻게 아셨는지 주변 분들의 축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쏟아졌습니다. 익숙지 않은 경험이어서 매우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웠습니다.

나도 모르게 감춰진 보물인 양 삼박사의 편지를 꺼내 들었습니다. 교직 생활 첫 부임지에서 삼박사들을 만난 이후 지금까지 40년 넘게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그들과는 전생에 헤어질 수 없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삼박사들을 생각할 때마다 지나온 길을 문득 문득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동안 별 생각 없이 행해 온 교육방식이 과연 올곧은 길이었는지, 젊은 시절 목청을 세우며 가르쳤던 것들이 진리였는지 되묻곤 합니다. 날이 갈수록 진정한 교사의 길이 무엇이며 교사의 역할은 어떠한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그들의 눈에 비치는 현재의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반성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존재는 분명 후회 없는 교사의 길을 안내하는 채찍이자 원동력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스승 존경의 풍토가 사라져 가는 오늘날, 지금까지 변치 않고 선생님이라 믿으며 따라주는 그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사제 관계가 단지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관계로 변질되어 가는 현실에서, 아직까지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스승이라 부르며 변치 않는 그들이 있어 늘 행복합니다. 이제 빙긋이 미소만 머금은 채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멀리서 묵묵히 지켜만 보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선택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무슨 일이든 앞장서서 도와주며 수상 소식에 누구보다 내 일처럼 기뻐하셨던 행남초 선생님들께도 고마운 말씀을 올립니다. 오랜 기간 교직이라는 길을 동행하면서 이번 일에 같이 기쁨을 나눠주신 동료 분들과, 축하를 해주신 모든 주변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늘 시간에 쫓겨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던 가족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교육 일선에서 주어진 임무를 말없이 실천하시면서 훌륭한 사연들을 단지 가슴 속에 묻어만 두고 계신 수많은 선생님들께도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먼 훗날 언제쯤일까요? 삼박사의 편지를 다시 꺼내 읽을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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