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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 딛고 소리로 하나 돼 사물놀이 하죠”

서울삼성학교 풍물부 ‘한소리’ 신래범 지도교사



“덩 덩 덩더덩….”

8일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서울삼성학교(교장 김선희) 풍물부 ‘한소리’의 연습시간. 학생들이 음악실을 장단으로 가득 메웠다. 30여 명의 학생들은 저마다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추며 북, 장구, 꽹과리를 하나의 소리로 맞췄다. 놀라운 것은 여느 사물놀이패 못지않은 이 학생들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듣지 못하는데 어떻게 장단을 맞추고 리듬을 탈 수 있을까. 신래범(53) ‘한소리’ 지도교사는 “청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소리를 아예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마다 청력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청각장애인은 저음 영역을 고음보다 잘 듣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구와 북 등은 저음이어서 다른 악기에 비해 소리와 울림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이를 통해 사물놀이 연주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약 10분간 이어지는 ‘웃다리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수시로 자신의 박자를 확인하고 신 교사의 지시에 따랐다.

학생들의 청능 훈련을 위해 1990년 창단된 ‘한소리’는 일 년에 수차례 외부 공연을 할 정도로 이미 특수교육계에서는 꽤 유명한 풍물패다. 학생 구성은 중1에서 고3까지, 사물놀이를 배운 경력도 3년에서 5년으로 제각각이다. 학생들은 신 교사의 지도로 일주일에 2번씩 방과 후에 사물놀이를 연습하고 있다. 청각장애 학생들에게는 음악 감상, 노래 부르기 음악 수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타악기의 리듬과 울림을 느끼면서 음악을 체험하도록 돕는다. 또 사물놀이는 학들에게 협동심과 자립심을 길러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신 교사는 “청각장애 학생들은 듣지 못한다는 소외감에 수동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이 되기 쉽다”며 “처음에는 엇박자를 내던 아이들이 끊임없이 연습하는 과정에서 인내와 끈기를 배우고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모두가 협동해야만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큰 소리, 하나의 소리라는 ‘한소리’의 의미처럼 신 교사와 학생들은 모두 하나가 돼 소리로 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공연 후에 아이들이 정말 청각장애학생이 맞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이들이 장애를 딛고 그만큼 완벽한 공연을 해냈을 때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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